경기 `더블딥` 오나

성급한 심리지표 개선..실물지표와 괴리 커져
수출둔화 우려속 내수회복도 `글쎄`..외부변수 `주목`
"심리 살리고 정책 일관성 보여야" 한 목소리
  • 등록 2005-03-29 오후 4:32:08

    수정 2005-03-29 오후 4:32:08

[edaily 이정훈기자] 연초 회복 기대감에 잔뜩 들떴던 우리 경제가 여기저기서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다. 심리가 살아났다곤 하지만, 실물지표들은 아직도 저만치 떨어져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환율도 좀처럼 올라올 줄 모르고 있다. 한때 1000포인트를 넘었던 종합주가지수는 외국인들의 19일 연속 매도행진 등으로 29일 마감결과 950대로 주저앉았다. 올초 소비자기대지수 상승에 주식시장 활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향후 주가흐름에 따라서는 소비심리 급랭도 우려된다. 이에따라 자칫 지난해 이 맘때처럼 실물지표 부진과 외부 충격으로 성급하게 앞서간 심리지표 마저 주저앉아 버리지 않을까 우려를 낳고 있다. ◇심리-실물지표간 괴리 확대..소비회복도 확인 안돼 연초 우리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근거로 제시된 것은 신용카드 사용액이나 휘발유 판매액, 주가지수 상승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이런 회복 징후들로부터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점차 회복됐다는 것. 한국은행과 대한상의, 전경련, 통계청 등이 잇따라 내놓은 기업과 소비자들의 경기기대심리 조사결과는 경기 회복을 `기대` 수준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되고 있는 주요 실물경제지표들을 살펴보면 여전히 경기 회복은 다소 먼 얘기이고, 아직까지 현실로 와 닿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월과 2월중 평균 산업생산은 전년동기대비 3.2% 증가하는데 그쳤고 생산자제품출하도 2.9% 증가하는데 그쳤다. 도소매판매도 2.3% 감소했다. 경기 회복 조짐이 없던 지난해 연말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윤년으로 올해 1~2월중 조업일수가 하루 적었다곤 하지만, 이같은 실적은 올들어 치솟아 오른 경기기대지수를 제대로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경기동행지수는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고, 선행지수도 이제 바닥을 찍는 모습이다. 종합주가지수가 29일 사흘만에 급락세로 돌아서며 950선으로 주저앉았다. 외국인 매도공세에다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며 전일보다 18.74포인트, 1.92% 내린 958.96으로 마감한 것. 정부는 950~970대에서 횡보중인 주가에 대해 일시조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과거처럼 고유가나 원화강세에 직격탄을 맞을 정도는 아니어서, 수급이 조금만 개선되면 주가흐름이 좋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부의 판단이 매우 안일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주가가 경지지수를 구성하는 핵심요소이면서 경기선행성이 있고 소비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주가지수에 대해 단순히 일시조정 국면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는 것보다 못하다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환율도 미국 금리인상의 영향 등으로 1010원을 넘어 1020원에 육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중소기업들의 안정적인 손익분기에는 못미친다는 분석이다. 최근 중소기업들의 은행연체율이 늘고 있는 것도 채산성 악화와 관련이 깊다.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 SK증권 오상훈 이코노미스트는 "조업일수 감소를 감안해도 2월 산업생산은 심리지표와 실물지표 간의 괴리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지난해 1분기에 윤달로 인한 결혼수요 감소, 조류독감과 광우병 등으로 소비가 부진했는데, 올 1~2월에 도소매판매가 이보다 감소했다는 것은 소비 회복이 착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출 곧 한자리수 둔화..내수관련 변수에 `주목` 이런 가운데 우리 경제를 그동안 주도해 온 수출은 조만간 한 자리수 증가율을 보이며 둔화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만큼 이제는 내수와 관련된 변수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경기 회복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3월에도 우리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리수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가파른 유가 상승과 원화 절상, IT경기 부진 등이 시차를 두고 기업들의 수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CRB상품지수와 WTI 유가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 상무는 "올 1~2월에 수출 증가율이 10%대를 유지하고 있어 견조하다고 하지만, 지난해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은 사실이며 IT경기가 좋지 않아 조만간 증가율이 한 자리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2월중 수출용 출하가 급감하고 있어 수출단가는 아직도 괜찮지만, 물량 측면에서는 둔화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수출 감소로 성장에서 차지하는 수출의 기여도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 빈 자리를 메워줄 것은 내수부문인데, 이는 아직 큰 기대를 가지기 힘든 상황이다. LG투자증권 전민규 이코노미스트는 "연초 소비관련 심리지표들의 빠른 개선으로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아직은 기대만으로 그치고 있다"며 "속도가 느려 체감하기 어려워 소비 회복은 절반만 확인됐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속적인 규제 원칙을 유지하고 있어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고 주가 상승으로 인해 부(富)의 효과도 아직 성급한데다 일부 대기업들의 연말, 연초 특별상여금 `약발`도 떨어지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내수 침체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더블딥은 몰라도 낙관은 금물.."심리 살리기 주력해야"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경기가 다소 회복을 보이다 다시 침체국면으로 떨어지는 더블딥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어디까지나 우려인 만큼 더블딥을 확신할 순 없지만, 지나친 낙관은 없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LG경제연구소 김주형 상무는 "이같은 실물경기지표로 인해 최근의 경기회복 기대를 완전히 허구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작년 초와 같이 심리가 주도한 경기회복 기대감은 또다른 충격에 의해 냉각될 수도 있다는 것은 걱정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재경부는 "우리 경제는 더블 딥이나 반짝 회복을 얘기할 만큼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보이며 매번 좋지 않은 지표가 나올 때마다 해명에 나서는 등 소위 `립 서비스`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상훈 팀장은 "세계 내수경기가 조만간 꼭지를 찍을 것으로 보여 우리 수출이 예상보다 안좋을 수 있어 심리지표의 더블딥은 나올 수도 있다"며 "정부가 낙관을 펴 심리 살리기에 나서는 것은 좋지만, 낙관론에 빠져 부양기조를 늦추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심리 살리기에 주력하는 한편 그동안 펴온 부양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는 충고를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연구소 임원은 "부총리와 대통령이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살려줄 수 있는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경제는 결국 심리 싸움이라는 점을 인식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쓸 만한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현 시점에서는 무리하게 새로운 정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외부변수를 충실하게 모니터링하면서 그에 맞춰 기존 부양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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