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종전선언을 다시 화두로 던진 이후, 한미간 밀도있는 협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여전히 각론에서는 입장 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은 법률적으로 구속되지 않는 상징적이고 정치적 선언”이라고 강조하지만, 미국은 종전선언이 가져올 파급효과를 우려하며 내부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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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묻자 “핵심적인 전략 이니셔티브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한국 측과) 뜻을 같이하고 있고 외교를 통해서만 효과적인 진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다”면서도 “정확한 순서나 시기, 조건에 대해 다소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 역시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시기와 순서 등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긴밀하게 협의해 나간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미국과의 입장 차가 있음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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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 의지 놓고서도 온도 차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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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대해 “흥미롭고 좋은 발상”(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라고 하면서도 대화 전제 조건으로 북한의 무기개발을 도발로 규정하는 ‘이중기준’ 철회와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올해만 탄도미사일을 포함해 8번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자신들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도발’이 아닌 ‘자위권 행사’이라는 정상국가의 행위로 보라는 메시지를 덧붙이면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도발이라는 단어를 자제하는 한편, 미국 등은 이를 여전히 도발(provocation)로 바라보는 것 역시 이같은 시각차를 보여주는 일례다.
김 총비서는 지난 1월 평양에서 열린 제8차 조선노동당 대회에서 9시간에 걸쳐 사업총화보고에서 미국을 ‘최대 주적’으로 설정하고 ‘중대한 전략적 과제’로 △핵무기의 소형·경량화 △전술 핵무기의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다탄두유도기술의 완성 △(미국 워싱턴을 사정권에 두는) 1만 5000km 거리의 대상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의 고도화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 탄두 개발 도입 △수중·지상 고체연료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핵잠수함과 잠수함 발사형 핵 전략무기의 보유 △군사정찰위성 운용 △무인정찰기 개발 등을 꼽았다.
북한은 이를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제개발 5개년 계획에 반영해, 이같은 무기 개발이 지속될 것임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종전선언이 북한의 무기 개발을 저지할 수 있는 것인지, 오히려 무기 개발을 지속할 명분을 주는 것이 아닌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내에서도 논란이 여전하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관계자는 “과거 오바마 정부 당시부터 대북 정책에 관여한 경험이 있는 바이든 정부 외교안보 관계자들이 가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불신은 뿌리깊다”며 “이를 문재인 정부가 단기간에 설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하되 선제적 양보 등을 통해 협상을 서두르지는 않는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설리번 보좌관 발언에 대해 “한·미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북한과의 외교 및 대화를 우선한다는 입장”이라며 “앞으로도 긴밀한 공조하에 종전선언에 대해 진지하고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