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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E, 무한정 장기국채 매입 결정
28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BOE는 다음주부터 시행할 계획이었던 장기국채 매각을 다음달 말까지 한 달간 중단하는 동시에 필요한 만큼 제한 없이 장기국채를 다음달 14일까지 다시 매입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BOE는 최근 두 차례 연속 50bp(1bp=0.01%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리는 빅스텝을 밟았다. 이와 함께 최근 10여년간 지속했던 양적완화(QE)를 끝내고 장기국채를 팔기로 했다. 인플레이션이 치솟자 돈줄을 조이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
BOE는 이날 시장 개입을 두고 “최근 영국과 글로벌 자산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가격 조정을 예의주시해 왔다”며 “우리는 영국 가계와 기업의 신용 상태가 악화하는 위험을 미리 줄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에서는 미봉책이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돈을 풀어 시장에 안도감을 주면 당장 위기는 넘길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영국을 향한 투자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CNBC에 나와 “BOE가 QE라는 ‘라라랜드’에 더 오래 머물러 있을수록 낮아지는 금리, 혼란스러운 시장, 우스꽝스러운 개입, 왜곡된 자산 배분 등으로 출구를 찾기 더 어려워진다”며 “(이번 조치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해야 하는 일과 반대인 만큼 정책 일관성 결여를 부각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투자은행(IB)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수잔나 스트리터 선임분석가는 “BOE가 정책을 뒤죽박죽으로 하고 있다”며 “정치적으로 정책 선회를 꺼리는 정부가 완강히 버티고 있는데 대한 좌절의 흔적”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가 정치적인 타격을 염려해 감세안 철회를 주저하자, 중앙은행인 BOE가 대신 총대를 멨다는 것이다.
“미 너무 빠른 긴축, 시장 소화 못해”
그럼에도 혼돈의 시장을 구하려면 어떻게든 중앙은행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았고, 연준의 긴축 속도조절론이 다시 부상했다. 엘 에리언은 “연준도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것(긴축)과 시장을 진정시키는 것(완화)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포트 글로벌의 톰 디 갈로마 매니징 디렉터는 “연준이 금리를 너무 빨리 올리는데, (이에 따른 달러화 초강세를) 시장은 이를 소화하지 못하고 있어 걱정스럽다”며 “연준은 연말까지 정책 전환(피봇·pivot)에 대한 인식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BOE의 깜짝 카드에 연준의 피봇 가능성이 더해지면서 금융시장은 모처럼 반등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97%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4.65% 오른 배럴당 82.1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월 18일 이후 가장 큰 오름 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