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법률자문 "현실과 허구 경계는…우리 인식"[단독 인터뷰]

윤지효 법무법인 태평양 파트너 변호사 인터뷰
"소통은 변호사 능력이지만, 장애없다고 소통 잘하진 않아"
"법조인 양성 과정 장애인 안보여…과정에 대한 고민 필요"
"법조계, `우영우 동료` 맞을 계기되길…변호사는 실력승부"
  • 등록 2022-08-02 오전 10:59:10

    수정 2022-08-03 오전 10:36:26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드라마 주인공 우영우(박은빈) 변호사를 보는 시각에는 `희망`과 `허구`가 교차한다. 자폐 스펙트럼 증상을 앓는 이도 전문직으로 활약할 수 있다는 것과 이게 드라마라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윤지효 법무법인 태평양 파트너 변호사가 1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뒤로 보이는 고래 사진은 법무법인 태평양 26층 대회의실에 걸린 밍크고래 작품. 사진작가 브라이언 오스틴(Bryant Austin)의 원작(1.8m*9.1m)을 축소(80cm*4m)해 걸었다. 엘리베이터에 싣지 못하는 크기라서 계단을 거쳐 올렸다. 그만큼 태평양이 애착하고 이곳을 대표하는 게 고래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 변호사를 상징하기도 한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드라마 ‘우영우’)를 법률 자문한 윤지효(사법연수원 40기) 법무법인 태평양 파트너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드라마가 여러 해석을 낳아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것 자체로 공익적인 목적을 거둔 듯하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가 우영우를 주제로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드라마로 형성된 관심이 우리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나섰다. 인터뷰는 이달 1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 빌딩에 있는 법무법인 태평양 대회의실에서 했다.

“장애인은 소통 어렵다는 편견”

자문은 첫 화부터 어렵게 시작한다. 우영우 변호사가 법무법인 한바다에 출근한 첫날, 동료 정명석(강기영) 변호사가 함께 일하기를 거부했다. “자기소개 하나 못하는 사람(우영우 변호사)을 어떻게 가르치느냐”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변호사는 `의뢰인 만나고 재판 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소통 능력이 필요한데, 우 변호사는 장애인이라 어렵다는 것이다. 현실은 누구 편일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첫화에서 자기 소개를 하면서 애를 먹고 있는 우영우 변호사.(사진=넷플릭스)
윤 변호사는 우 변호사 손을 들어줬다. 그는 “장애 탓에 소통이 어려울 수 있지만, 장애가 없다고 무조건 소통을 잘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물론 “변호사에게 소통 능력은 상당히 중요하고 드라마에서 나오는 지적도 타당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변호사는 각자가 아니라 함께 일하기 때문에 서로 보완하면 상대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가 공간 배경을 대형 로펌으로 둔 것도 이런 효과를 기대한 듯하다. 주인공이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극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협업`은 징검다리로 등장한다. 그러려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있는 조직에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게 자연스럽다. 윤 변호사가 로펌에서 주력하는 증권·금융·회계 등 분야의 송사와 자문도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같이 하는 것이다.

그는 “드라마도 그렇고 현실도 그렇고, 어떤 로펌에서는 못하는 사건을 다른 로펌에서 하는 이유는 구성원 간에 상호작용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법조인 양성 과정에 장애인 보이지 않아”

극을 더 거슬러가, 우영우 변호사가 서울대 로스쿨에 입학하고 수석으로 졸업하는 설정은 어떠한가. 윤 변호사는 서울대 법학과를 나오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수료 후에, 손가락 안에 드는 로펌에서 근무하는 `엘리트 법조인`이다. 이 과정을 밟아오기까지 주변에 장애를 가진 동료를 찾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돌아온 윤 변호사의 대답은 “법조인 양성 과정에서 장애인은 비가시화(보이지 않는)돼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는 것이었다.

윤지효 법무법인 태평양 파트너 변호사가 1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시각장애인 1호 판사 최영 판사와 윤 변호사의 행적은 비교된다. 두 사람은 2008년 제 50회 사법시험에 함께 합격한 동기인데, 사법연수원은 한해 차이로 선후배 사이다. 최 판사는 당시 연수원 입소를 한해 미뤄 후배가 됐다. 사법연수원은 시각장애인을 교육할 준비가 안 돼 있었다. 그를 계기로 교육 방식과 환경이 개선했다. 10년 전 일인데 여전히 회자된다. 장애가 법조인이 되는 과정상의 장애는 아닌지 경계할 대목으로 꼽힌다.

윤 변호사는 “지금은 법조인이 되려면 학업과 시험뿐 아니라 사회 활동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자기소개서도 잘 준비해야 한다”며 “이런 과정을 장애인이 밟기에 쉬운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법조인 양성 과정에서 놓치는 게 있는지 돌아볼 여지가 있다는 취지다.

“변호사 평가는 실력으로…장애는 논외”

장애인 변호사가 로펌과 법률 시장에서 선택받는 것은 실제로 가능할까. “충분하다”는 게 윤 변호사 의견이다. 드라마 우영우는 장애를 가진 `천재 변호사`를 그리지, 천재 변호사의 `장애`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더 나아가서 보면 우영우 변호사는 `장애인 가운데 잘한 덕`이 아니라 `잘한 덕`에 로펌에서 살아남고 법정을 누빈다.

윤 변호사는 “법률 소비자는 좋은 답변을 빠르게 내놓는 변호사를 원하고, 로펌은 실력을 갖추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변호사를 원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장애가 없는 변호사라도 고객과 로펌에서 선택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이런 능력을 갖췄다면 장애를 가지더라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했다. 다만 “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그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사회의 몫”이라고 말했다.

윤지효 법무법인 태평양 파트너 변호사가 1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뒤로 보이는 고래 사진은 법무법인 태평양 26층 대회의실에 걸린 밍크고래 작품. 사진작가 브라이언 오스틴(Bryant Austin)의 원작(1.8m*9.1m)을 축소(80cm*4m)해 걸었다. 엘리베이터에 싣지 못하는 크기라서 계단을 거쳐 올렸다. 그만큼 태평양이 애착하고 이곳을 대표하는 게 고래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 변호사를 상징하기도 한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드라마 자문은 문지원 작가와 십수 년 인연에서 비롯했다. 친구를 돕는 셈 쳤는데 스스로 성숙하는 계기가 됐다. 한번은 자신이 우영우 변호사의 선임 정명석 변호사 입장이 되는 상황을 가정해봤다고 한다. `나라면 우영우 변호사와 함께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답은 앞서 얘기했듯이 나와 있다. 모든 걸 걷어내고 남은 `실력`으로 판가름할 뿐이다.

그는 “드라마가 흥행하면서 법조계 종사자도 많이 시청하는 걸로 안다”며 “법조계도 `우영우 변호사를 동료로 맞을 준비가 돼 있는지`를 자문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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