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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후계자는 나야”… 남양이 남양한 이유는 후계구도 때문?

홍원식 회장 장남 홍진석, 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 올라
차남 홍범석, ‘백미당’으로 이미지 개선 일조
장차남 모두 지분율 0%… 실적 위해 무리수 던졌단 의혹
업계 “홍 회장 재가없인 힘들어”… 직원들 “석고대죄해야”
  • 등록 2021-04-20 오전 11:14:49

    수정 2021-04-21 오전 7:11:20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남양유업이 자사 대표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가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소비자들은 “남양이 남양했다”라면서 불매 운동에 들어갔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과대광고를 이유로 남양유업을 고발 조치했다. 남양유업이 이렇듯 무리수를 둔 배경으로는 확정되지 않은 남양유업의 승계구도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 16일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발표가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사과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청파로에서 심포지엄을 열고 불가리스는 코로나19 억제 효과 연구에서 77.8%의 저감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다만 남양유업의 연구는 세포 수준에서 이뤄진 것으로 동물, 인체 시험을 거치지 않아 정확한 효과를 검증하기 어렵단 한계가 있다. 질병관리청도 즉각 자료를 내고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남양유업의 발표에 우려를 표했다. 식약처는 불가리스가 생산되는 세종공장 관할 지자체인 세종시에 영업정지를 요청한 상태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청파로에서 열린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왼쪽부터) 이연희 전(前) 한국미생물학회장, 김경순 한국의과학연구원 마이크로바이옴 센터장, 박종수항바이러스 면역연구소 소장, 백순영 전 가톨릭의대 미생물학 바이러스학 교수가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김무연 기자)


홍진석 상무, 승계 우위 점하려 무리수 뒀나

남양유업의 이번 결정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을 비롯한 장남 홍진석 상무 등 오너일가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돼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 중에서도 지난 2월 마케팅·기획본부를 아우르는 ‘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 자리에 오른 홍진석 상무가 이번 결정에 얼마나 깊게 개입했는지가 관심사다.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의 부정적 이미지와 코로나19 타격으로 인한 매출 개선 등 숙제를 안은 상황에서 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홍 상무가 아버지에게 인정받으려 무리수를 뒀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홍 상무는 현재 마케팅부터 경영 전반을 담당하고 있고, 차남인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은 신사업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동생인 홍 본부장은 디저트카페 브랜드 ‘백미당’ 대표를 맡고 있다.

두 아들은 회사에서 중역을 맡고 있지만 남양유업 보유 지분은 없다. 남양유업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 홍 회장이 51.68%를 보유한 가운데 홍 회장의 배우자인 이운경 씨가 0.89%, 동생 홍명식 씨 0.45%, 손자이자 홍 상무의 아들인 홍승의 군이 0.0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보수적인 업계 특성상 홍 상무의 승계가 유력해 보이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차남인 홍 본부장이 백미당으로 남양유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어느 정도 희석했단 평가를 받아온 것도 홍 상무에겐 부담이다. 남양유업은 2013년 1월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물건을 강매한다는 ‘대리점 갑질’ 논란이 불거진 뒤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지난해엔 홍 회장 등이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경쟁사인 매일유업을 비방하는 글을 올리도록 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급식 우유 수요가 급감하며 실적은 더욱 악화했다. 실제로 불매운동이 벌어지기 직전인 2012년 남양유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3650억원, 637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엔 매출액 9489억원을 기록해 매출 1조원대의 벽이 무너졌고 7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홍 상무로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내세울 ‘승부수’가 필요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회장 묵인 없인 어려워… 남양유업 직원들 “석고대죄해야”

경영기획 및 마케팅을 총괄하는 홍 상무와 이번 발표회의 연관성은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불가리스의 효능을 알리는 심포지엄인 만큼 마케팅 및 홍보 부서 등이 함께 움직였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남양유업 측은 어느 부서가 발표회를 기획했는지는 함구했다.

홍 회장이 직접 지시했거나 묵과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불가리스가 회사의 주력 상품인데다 온 국민의 관심이 코로나19에 집중된 상황에서 오너의 허락없이 리스크가 큰 행사를 감행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홍 회장은 70세가 넘은 고령이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기업의 중대사를 챙기는 것으로 안다”라면서 “이 정도 리스크는 마케팅 부서를 비롯해 법무팀, 홍보 등 일선 관계자가 모를 리 없고, 이광범 대표나 홍 상무가 해당 건을 제안했다 하더라도 홍 회장의 재가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봤다.

남양유업 직원들이 사용하는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서는 이번 발표회를 성토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일부 직원은 대한항공처럼 직원들이 나서 시위를 해 무능력한 임원과 본부 임원들을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 회장이 직접 석고대죄를 하고 용서를 구하라는 글도 올라온 상황이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해당 심포지엄이 어느 선에서 기획됐는지는 파악이 어려운 부분”이라면서 “식약처 고발 건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남양유업 ‘불가리스’.(사진=남양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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