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4일 BOK이슈노트 ‘미국·유럽의 경기침체 리스크 평가 및 시사점’을 발표하고 미국, 유럽과 유럽의 경기침체가 가시화되면 이들 국가와 교역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성장률도 둔화될 수 있단 전망을 내놨다. 수요 둔화에 따른 물가 하락 압력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유럽의 공급망 충격과 에너지 전쟁 우려는 물가 상승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란 예상이다.
미국과 유럽은 고물가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공급망 충격 등이 가중되며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침체) 위기에 처해있다. 미국은 8%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유로존(유로화사용 19개국)은 9%대의 고물가 상황에 놓인 가운데 성장률 전망치 마저 뚝뚝 떨어지는 중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7월 세계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의 미국 성장률을 각각 2.3%, 1.0%로 4월 전망대비 각각 1.4%포인트, 1.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각각 2.8%, 1.6%로 4월 전망 대비 각각 0.1%포인트, 0.9%포인트 내렸다.
분포예측모형과 수익률 곡선 모형을 통해 분석한 결과 단기적으로는 미국에 비해 유럽의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 역시 올 상반기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침체 위험이 커진 상황이다.
먼저 실물·물가·금융여건을 변수로 하는 분포예측모형을 통해 향후 1년 이내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확률을 추정한 결과 미국의 경우엔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긴축 등 최근 하방 리스크가 커짐에 따라 5월 추정치 0.4%에서 8월 추정치가 15%까지 급등했다. 유럽의 경기침체 확률은 32%로, 5월 추정치와 같았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해 미국보다 경기침체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장단기 금리차, 주가상승률 등 금융시장 변수를 이용한 수익률 곡선 모형을 통해 경기침체 확률을 추정해보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유럽의 경기침체 확률이 미국을 상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경훈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차장은 “미국·유럽의 성장세가 약화될 경우 글로벌 경기뿐만 아니라 무역경로, 금융여건 등을 통해 우리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