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 대전시민들과 함께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 이전이 완전히 철회될 때까지 강고하게 대처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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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와 대전시간 첨예한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중기부는 행정의 효율성과 행정수도의 완성을 위해 세종시 이전을, 대전시는 국가균형발전 취지에 역행하는 비수도권간 기관 이전은 절대 불가하다고 밝히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지역사회를 덮고 있다.
중기부는 타 부처와의 협업, 잦은 세종시 출장에 따른 행정의 비효율성을 세종시 이전을 위한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중기부가 있는 정부대전청사에서 정부세종청사로 이동하기 위해 1시간 이상이 소요되고 잦은 출장에 따른 비용까지 고려하면 정부세종청사로 들어가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전시는 대전청사와 세종청사와의 거리는 29㎞로 시간상 30여분 밖에 소요되지 않는 상황에서 행정 비효율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양 기관의 이 같은 소모적인 논쟁 뒤에는 각기 다른 속마음을 숨기고 있다.
우선 중기부가 탈대전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세종시 이전기관 소속 직원들에게 주는 아파트 특별 공급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전기관 특별 공급은 세종시만의 분양 제도로 분양 아파트 물량 50%가 세종시로 이전한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 종사자에게 우선 배정되는 제도다. 특별공급 자격조건을 갖춘 공무원들은 이 혜택을 받아 분양을 받으면 수억원 이상의 시세차익 실현이 가능하다.
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승격됐던 부처 지위가 차기 정부에서 단행될 조직 개편으로 다시 청으로 격하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반면 대전시는 비수도권간 기관 이전은 국가균형발전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명분론만 반복하면서 중기부 세종 이전 저지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허태정 대전시장의 섣부른 대전·세종 통합론으로 중기부 세종 이전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스스로 봉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 시장의 주장대로 세종과 대전이 통합된다면 특정기관이 대전에 있던, 세종에 있던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이춘희 세종시장의 태도에서도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그간 강경한 어조로 행정통합 불가론을 고수해온 이 시장이 지난 3일 2020 대전-세종 상생협력 업무협약식에서 “두 도시가 하나로 합친다는 생각을 갖고 상생협력으로 시작해서 더 나은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제한 뒤 “서울에 남아 있는 청 단위 기관들을 대전으로 이전시키고 대신 정부부처들은 정부청사가 있는 세종에 와서 하나의 클러스터를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며 사실상 중기부 세종 이전 추진을 공식 환영하는 발언을 했다.
결국 중기부 직원들의 재테크 욕심과 대전시의 섣부른 대전·세종 통합론이 중기부 이전 추진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었고, 이제 뒷감당은 오롯이 150만 대전시민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게 됐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