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에)국민은 대연정이 무섭다

  • 등록 2005-07-29 오후 5:05:41

    수정 2005-07-29 오후 6:40:23

[이데일리 문주용 경제부장] 또다시 정치이야기를 꺼내면 노무현 대통령의 의도에 말리는 게 될지 모르겠다. 경제에도 거대 이슈가 많은데 이런 얘길 또하다니… 주가 1100포인트시대, 부동산안정대책, 설비투자 부진을 둘러싼 정부와 기업간 시각차등도 당장의 현안이다. 어쨌든 해야할 중요한 까닭이 있다.

노대통령의 간청이 아니래도, 서신과 기자간담회 발언에서 제기한 `대연정` 논의, 지역구도 해소 방안은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음모론으로 보지 않고 정석으로 보더라도.

대통령은 나라를 잘 운용하려는데 여소야대가 제약을 많이 주니, 연정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또 그게 안되면 망국적 지역구도를 해소하도록 선거제도라도 좀 고치자고 했다. 간절함은 이해하려 한다.

그러나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걱정은 노대통령의 제안대로 한나라당 주도로 열린우리당과 대연정이 이뤄지는 상황이 발생할 때다. 그게 더 망국적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사실 국회 과반을 이루지 못한 열린우리당이 정체성이 비슷한 민주당이나 민노당과 연정 또는 공조하는 것은 현실적인 아이디어다. 그동안 소연정 얘기를 못했던 것은 우리당의 텃세 탓이었지, 한나라당의 공세가 무서웠던게 아니었다.

동거정부도 생각할 수 있다. 노대통령은 여소야대가 있기도 하는 미국의 대통령제가 특별한 것이라 하고, 프랑스의 동거정부가 좋은 사례라고 제시했다. 대통령제 헌법개정할 때마다 미국식과 프랑스식 말고 뭘 더 본 적이 있었나.

대통령제는 미국식 아니면 프랑스식이었다.(박정희 전대통령은 한국식이 있다고 말했지만 유신독재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프랑스는 동거정부가 3번밖에 없었다. 동거정부도 특별하고 하면 특별하다. 흔한 건 아니다.

어쨌든 동거정부도 생각해보자면 해볼수도 있다. 우리 헌법이 내각제 요소가 있다고 하니 그럴 수도 있고, 그 덕분에 정치가 업그레이드 될 수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으로서 보면 전혀 달갑지 않은 정치구도 개편이다. 대연정이든, 동거정부든 그 무엇이 됐던 국민으로서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점은 거대권력의 탄생이다. 그 권력을 어떻게 견제할 것이며, 국민을 얕보지 않게 하느냐는 것이다.

대연정이 이뤄지면 입법과 사법과 행정이 서로를 견제하고 서로 독립된 권력을 유지함으로써 국민의 권리를 지켜준다는 3권 분립의 정신은 어디로 가는가.

지금 국회는 1당인 열린우리당이 146석, 2당이 한나라당은 125석을 차지하고 있다. 299석의 국회에 1,2당이 합쳐 271석이다. 두 당이 합동 의총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개헌도 추진할 판이다.

그런 대연정이 생기면, 또 대통령은 그 연정에 권력을 이양해버리고 나면, 나아가 대법원의 대법관과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대통령과 연정이 추천하는 인사들로 되어 버리면, 의회독점의 권력구조가 탄생할 수 밖에 없다. 도대체 이 권력은 누구에 의해 견제될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 대연정의 정부가 똑바로 못하면 국민은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그때쯤이면 대통령이 국회해산권도 가져서, 이를 행사하겠다고 나올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통령은 이미 권한이 없어진다는데, 대연정은 헌법개헌도 할 수 있게 권한을 독점해버렸다. 선거로 이를 평가하는 것이 지금보다 용이할까. 더욱이 금력이 흡입되기 쉬운 이 구조에 금권정치의 폐해는 어떻게 막아낼 것이며…

국민들은 지난 총선거에서 집권세력인 열린우리당에 과반수 획득이라는 선물을 줌으로써 국정 효율성을 높여줬다. 또 재보선에서 야당인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어줍잖은 여당을 견제하도록 명령했다. 여소야대, 이것이 바로 국민이 바라는 권력 분점이다.

물론 현실정치에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한지붕안에 모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 사람들은 대연정 발언의 의도에만 주목하고 있다. 그렇지만 발언 그 자체만 보면 노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큰 위협`일 수도 있다. 형식논리로는 그렇지 않는가.

노대통령은 연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선거제도 개편이라도 해서 지역구도를 해소하자고 한나라당에 제안하기도 했다.

먼저 지역구도가 망국적 정치구도라는 대통령의 인식에는 동의한다. 지역구도를 깨겠다는 공약으로 대통령까지 올랐다. 역설적으로 지역구도가 있었기에 그 공약이 `약발`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노대통령은 희생자는 아니고, 최고의 수혜자라 할 수 있다.

과거로 돌아가서 95년 DJ아래(국민회의 였나)에서 부산시장 후보로 나설 때를 상기해보자. 똑똑한 노무현이 `바보`될 각오를 하고 출마한 것에 대해 부산시민들의 마음이 많이 흔들렸다. DJ는 싫은데, 노무현은 키워주고 싶다는 마음, 그득했다.

결국 낙마로 지역구도가 깨지지 않았지만, 깰 수 있다는 가능성은 확실히 보여줬다. 그 사건이 바탕이 되어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영호남 합작이 이뤄졌다.

노무현 정도의 정치인이면 지역구도, 지역감정을 넘어서 지지할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노대통령 개인의 인기때문일수도 있지만, `영호남 합작`이라는 특별한 사례가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님이 확인됐다.

그 이후 오히려 지역구도가 더 심화됐다. 영남만이라도 지키자는 한나라당에만 그 책임이 오롯이 있을 것인가.

지역구도를 흔들 수 있는 제일 좋은 무기는 지역성을 극복하는 중앙정치다. 실제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도 껴안겠다`며 집권초기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기도 했다.

노대통령이 국민과 함께 하는 개혁, 온건 보수세력의 수용, 신뢰감 가는 언행 등 제대로 정치력을 발휘했더라면 지역구도의 벽은 더많이 허물어졌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선거구제 개편보다 지역성을 극복하려는 정치를 발휘하는 방법에 더 고민했으면 싶기도 하다.

선거구제를 고치면 지역구도가 해소될 것이라는 논리에는 국민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대통령의 충정을 그대로 인정한다해도, `민의`가 왜곡되지 않게 하는 장치에는 왜 관심이 없는지 모르겠다.

노대통령은 자신의 권한이 적다며 `권한의 크기`를 탓한다. 국민은 그 반대다. 정치인들이 얼마나 책임을 지는지, 국민의 뜻을 잘 따르는지 `책임의 크기`를 보려한다. 세금을 내는 이유도 그런 것이고, 투표를 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 우승의 짜릿함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