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바이든에 뒤늦은 축하…北김정은, 언제 반응할까?

中시진핑, 당선 확정 18일만에 축하 인사
“바이든 미친 개” 막말…北, 20일째 침묵
美 관계설정 복잡 金, 트럼프 브로맨스 독됐나
도발이냐 vs 탐색이냐…북미관계 향방은
내년 3월 한미훈련 도발 가능성 우려도
  • 등록 2020-11-27 오전 11:03:18

    수정 2020-11-28 오전 9:51:20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미국 대통령 후보를 뽑는 민주당 경선이 한창이던 2019년 11월14일. 북한은 당시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을 향해 원색적인 막말을 퍼부었다.

“미친개가 또 발작한다. 바이든과 같은 미친개를 살려두면 많은 사람들을 해칠 수 있으므로 더 늦기 전에 몽둥이로 때려잡아야 한다.”

경선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연이어 비판한 것에 대해 가장 북한스러운 어투로 응징한 것이다.

그랬던 김 위원장이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미친개’라고 몰아붙였던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누르고 미국 제46대 대통령 당선을 확정 지었으니 말이다. 믿을 구석이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마저 뒤늦은 당선 축하 메시지를 건넸으니 이제 김 위원장도 결단을 해야 하지 않을까. 북한은 28일 여전히 미국 대선과 관련 무반응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시진핑 뒤늦은 축전에 바이든 외교팀 진용 드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브로맨스’도 막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25일(현지시간) 바이든 당선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이달 7일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 승리를 선언한 지 18일 만이다.

시 주석은 축전에서 “양측이 충돌과 대항을 피하고 상호존중과 협력하는데 집중하며 차이를 관리해 중미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과 세계의 평화와 발전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그동안 시 주석은 다른 여러 나라 정상들과 달리 축하 메시지를 보내지 않고 유보적 태도를 취해왔다. 하지만 최근 바이든 당선인의 내각 인선이 윤곽을 드러내는 등 본격적인 인수인계가 시작되자 중국 내부 기류도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 내내 악화일로였던 양국 관계를 개선하고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나서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시 주석 또한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반응을 북한 움직임의 신호탄으로 여겨왔다.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외교적으로 성공한 중국을 참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이든 외교안보팀 진용이 드러나면서 북한의 반응에도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앞서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북한의 침묵이)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때문인지는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중국이나 러시아 등 다른 주변국들의 동향 등도 다각도로 살펴보면서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분석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AFP).


20일째 침묵하는 北…과거와 달리 신중

북한은 현재까지 미 대선 결과에 침묵 중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지난 7일(현지시간) 사실상 대선 승리를 확정한 점을 고려하면 북한은 미 대선과 관련해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은 채 20일째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이 과거에도 미 대선 결과에 신속한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지만 20일째 침묵은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의 ‘신중 모드’는 과거 미 대선 때의 반응과 비교된다.

가장 빨랐던 사례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2008년 때다. 당시 북한 당선 결과 확정 이틀 만에 “공화당 후보인 상원의원 매케인을 많은 표 차이로 물리쳤다”고 보도하면서 내심 오바마의 승리를 바랐던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기대와 달리 ‘전략적 인내’ 정책을 펴자 2012년 재선 때는 사흘 만에 논평 없이 사실만 전달했다. 2016년 트럼프 당선 때는 이틀 만에 노동신문을 통해 보도하면서 아예 당선자 이름조차 밝히지 않은 채 ‘새 행정부’라고만 표현했다.

조지 W. 부시와 엘 고어가 맞붙은 2000년 대선 때는 11일 뒤에야 “미국에서 지난 7일 대통령 선거가 있었으나 지금까지 그 결과가 발표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곤 연방대법원 판결로 부시의 당선이 확정된 이후 나흘 뒤 최종결과를 보도한 바 있다.

지난해 6월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금수산 영빈관을 산책하는 모습(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대화 재개냐, 전략적 도발이냐 ‘저울질’…복잡해진 셈법

신나게 막말을 퍼부었던 김 위원장의 지금 심경은 복잡 미묘해 보인다. ‘브로맨스’를 자랑하며 북미 정상회담까지 열었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당선인과는 “폭력배” “미친 개” 등 막말을 주고받은 악연 사이여서다.

북미 관계가 180도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 당선인과 새로운 관계 설정을 해야 하는 김 위원장의 고민이 그 만큼 깊어 보인다. 비핵화 협상의 외교안보 상대가 확정되면서 전략 수립에 골몰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지지부진한 양상으로 시간이 흐를 가능성도 제기한다. 톱다운 방식의 ‘담판’에 나섰던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의 해법이 상반되기에 협상 전개 양상도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친분을 쌓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승복하지 않은 만큼, 관련 보도를 자제하며 좀더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분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발신 신호에 집중하며 행동 방향을 확정하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전직 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북한의 침묵은 새로운 대미전략에 대해 내부 입장이 아직 정리되지 못했다는 뜻”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에서 첫 단추가 될 수도 있는 메시지인 만큼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과거 미국의 권력 교체기에 전략적 도발을 감행한 전력을 감안하면 내년 초께 무력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미국의 새 행정부와 관계 정립을 해야 하는 만큼 주도권 선점을 위한 ‘전략적 도발’을 감행하곤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발사 또는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

내년 3월 한미 군사훈련이 북한 도발의 직접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북한이 미국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해서 당장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북한의 아픈 추억인 오바마 시대의 ‘전략적 인내’를 스스로 초래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도발하더라도 ‘보여주기’식 무력시위나 SLBM 또는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저강도 군사도발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부통령 시절이었던 지난 2013년 12월 7일 손녀 피너건양과 함께 판문점 인근 올렛초소(GP)를 방문해 JSA경비대대 소대장으로부터 비무장지대(DMZ) 경계태세에 대해 브리핑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017년 9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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