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에 했던 것처럼…미, 러시아에 새 수출 제재 검토

AI·양자컴퓨팅·민강항공우주 등 전략산업 제재 검토
스마트폰·노트북·게임 등 일상 부문 확대 방안도 논의
미 부품·기술 적용시 규제…화웨이 제재와 같은 방식
"외국 기업, 러 수출 위해 미 부품·기술 배제할 수도"
러, 제재 위협에도 코웃음…"중국이 러 도울수 있어"
  • 등록 2022-01-24 오전 11:38:50

    수정 2022-01-24 오전 11:38:50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금융제재에 이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민강항공우주 산업 등 러시아의 전략 산업을 손상시키기 위한 새로운 수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현지시간) 복수의 미 정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 정부는 또 잠재적으로는 일부 스마트폰, 태블릿, 비디오 콘솔게임을 러시아에는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일상적인 부분에까지 광범위한 제재를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소식통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민간항공, 해양 및 첨단기술 등과 같은 산업 부문에서 중요한 구성요소(부품)의 흐름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관련 규정을 만들기 위해 유럽 및 아시아 동맹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러시아의 최대 교역국이자 대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독일과 긴밀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최근 미 반도체산업협회(SIA), 글로벌산업협회(SEMI) 관계자들과 전화통화를 갖고 러시아에 가할 경제적 규제에 대해 논의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 관리는 “이러한 수출 통제의 힘은 러시아 경제의 핵심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부문의 능력을 저하시키고 위축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해외직접생산규정’(foreign direct product rule)을 포함한 이러한 제재는 중국 화웨이를 거의 불구로 만든 것과 유사한 것이 될 것이라고 WP는 내다봤다. 미국에서 만든 부품이나 기술이 하나라도 쓰이고 있다면 세계 어디에서 생산된 기기든 간에 러시아 반입을 전면 금지하는 방식이다.

WP는 “오늘날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반도체가 포함된다. 모든 현대 기술이 이 작은 구성요소에 의존하고 있다. 지구상에 반도체가 쓰이지 않는 제품은 거의 없다”며 “미 정부는 이러한 제재들을 통해 다른 국가의 기업들이 제품을 러시아에 수출하는 것을 중단토록 강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상무부 차관보를 역임하며 중국 ZTE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던 케빈 울프는 “러시아 경제에 심각하고 압도적인 타격을 입히는 것이 목표라면 주요 러시아 은행에 대한 제재와 수출 통제 결합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큰 진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러시아가 에너지 등 다른 산업 부문에서 보복 제재로 맞대응할 경우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고, 외국 기업들이 러시아에 수출하기 위해 자사 제품에서 미국 기술을 배제하려 시도하는 등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미 정부가 추구하는 제재가 화웨이와 같은 단일 기업을 넘어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미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의 로버트 앳킨슨 회장은 “다른 국가 기업들은 미국이 자신들을 완전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여기면서 (미국 기술이나 부품을 사용하지 않고 제품을 생산하는 등) 다른 대안을 찾으려고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 정부는 아직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전략 산업으로 제한할 것인지, 일상 기기 등까지 확대할 것인지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유라시아그룹의 폴 트리올리오 기술정책 책임자는 “어느 쪽이든 적용 대상은 러시아라는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수출 제재를 무기화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WP는 전문가들은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서구권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들은 미 정부의 수출 통제를 따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각에선 전략 산업이 아닌 일상 기기까지 광범위한 제재가 적용될 경우 전반적인 전자제품의 소비자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한편 러시아는 미국의 제재 움직임에 “우리는 많은 부품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며 오히려 미 기업들의 수출에 타격을 입히게 될 것이라고 코웃음쳤다.

이와 관련,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제재를 가하더라도 중국이 러시아의 탈출구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은 러시아 컴퓨터 및 스마트폰 수입의 약 70%를 차지했다.

미 시장조사업체 IDC의 사이먼 베이커 애널리스트는 “중국 제조업체들은 미국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러시아에 계속 판매할 수 있다. 러시아에 대한 중국 스마트폰 판매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미 정부는 군사 제품이 아닌 일반 제품에까지 제재를 가해야 하는지와 관련해 외교적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WP는 진단했다.

미 전현직 관료들과 전문가들은 “미 정부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러시아 군사행동의) ‘억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오바마 전 행정부 관료 출신인 에드워드 피시먼은 “푸틴 대통령이 이웃 국가를 괴롭히고 민주주의를 공격하는 데 러시아의 기술 및 산업 역량을 사용하는 한, 미국은 러시아의 기술 및 산업 역량을 지원하는 데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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