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금리 대출 3년7개월來 최저…가계부채 질 악화될라

지난달 은행권 고정금리 가계대출 비중 30.0%
금리 상승 취약한 변동금리…대출 질 악화 우려
  • 등록 2017-10-27 오후 12:00:11

    수정 2017-10-27 오후 12:00:11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7년째 전세살이 중인 30대 후반의 직장인 김모(여)씨. 그는 최근 ‘내 집 장만’을 결심했다. “결국은 부동산”이라는 생각이 번뜩 들어서다.

김씨는 최근 시중은행 몇 군데를 돌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담을 받고 있다. 그는 2억원가량 대출이 필요하다.

그런데 김씨는 한 가지 의아한 게 있었다고 한다. 대다수의 은행 창구 직원들은 매달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를 시뮬레이션 해주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변동금리로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3% 초반대 금리가 나오니, 30년 분할로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월 90만원 정도 내면 된다는 식이었다.

김씨는 “앞으로 금리가 급등한다고 하니 고정금리로 받고 싶다고 하면 그제서야 안내를 해주곤 했다”고 말했다.

시장금리가 급등하는 데도 고정금리 대출은 오히려 감소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가계부채의 질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9월) 예금은행 가계대출의 고정금리 비중(신규취급액 기준)은 30.0%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2월(23.8%) 이후 3년7개월 만에 최저치다.

고정금리 비중은 올해 중 30% 후반대~40% 중반대를 기록했다. 그러다가 최근 갑자기 30% 초반대로 내려왔다.

고정금리 중 상당수는 집 장만을 위한 주담대다. 최영엽 한은 금융통계팀 부국장은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높은) 고정금리가 줄어들다보니, 전체 주담대 금리(3.28%→3.24%)도 하락했다”고 말했다.

주담대 금리는 주로 은행채 5년물과 연동돼 있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달 평균 2.22%로 전월(2.21%)과 비교해 1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시장금리가 올랐음에도 대출금리는 반대로 떨어진 것이다. 이례적인 현상이다.

은행의 변동금리 장사는 몇 차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가 덩달아 상승하는 만큼 은행의 수익에 좋고, 시장금리 상승기에 대한 대응 비용을 고객이 떠안는다는 점이 주요 골자였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날 “금리 상승기에 고객에게 유리한 고정금리 대신 변동금리 대출을 권유할 우려가 제기된다”며 경고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 부위원장은 “이런 구태는 금융사가 고객에 대한 신의성실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면서 “고객에게 피해를 끼친다”고도 했다.

금융권 한 고위인사는 “만에 하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계속 낮아질 경우 가계부채의 질은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강력 시사한 만큼 대출금리는 오를 게 불보듯 뻔하다. 변동금리 대출자가 매달 부담해야 하는 원리금이 상승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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