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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득 과세 무산될라”…홍남기 '대주주 3억' 버티는 이유

2023년 주식 전면 과세 앞둬, 극심한 조세 저항 불가피
여론 휩쓸려 10억→3억 못 버티면 금융세제 개편 차질 우려
野, 법 개정으로 실력 행사…與 일부에서 洪 동조 목소리
  • 등록 2020-10-26 오전 11:00:00

    수정 2020-10-27 오전 10:16:00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요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식시장 ‘공공의 적’이 된 모양새다. 주식 대주주 보유금액 기준을 낮추는 방안이 ‘동학개미’들로부터 극심한 반발을 사고 있어서다. 정치권이 대주주 보유금액 하향 철회를 촉구하며 법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청와대 청원에 해임 건의까지 올라왔지만 홍 부총리는 요지부동이다. 외부의 거센 압력에도 그가 3억원 기준을 지키기 위해 버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픽= 문승용 기자)
17만명 해임 청원 동의…공공의적 된 홍남기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서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홍 부총리의 이름은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대주주 3억 폐지 또는 유예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홍남기 기재부 장관의 해임을 강력히 요청한다’는 내용의 청원은 25일 현재 17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상태다.

내년부터 대주주 보유금액 기준을 3억원으로 낮추면 한 종목 3억원 이상 들고 있을 경우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된다.

현재 기준(10억원)에서 갑자기 크게 낮출 경우 세금 부담이 늘어나고 대주주 판단 시점인 연말에 이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빠져나가 큰 충격을 입을 것이라고 시장은 우려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상승장에서 대거 주식 투자자에 참여한 ‘동학개미’들이 여론을 주도하면서 정치권에서도 10억원 기준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홍 부총리가 꼿꼿이 ‘3억’ 기준을 유지하는 이유는 앞으로 금융세제 개편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서라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정부는 지난 6월 금융투자소득의 개념을 내놓으면서 2023년부터 모든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과거 정부가 내놓은 대주주 범위의 단계적인 완화와 맞물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주요 정책으로 꼽힌다.

홍 부총리도 금융세제 개편안 발표 당시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상장주식 과세를 전면도입하기가 어려웠다”며 “금융투자소득 과세 체계가 우리나라 소득세 과세 역사상 처음 시작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에서는 어차피 2023년부터 양도세를 과세하는 만큼 이번에는 정부가 양보하라는 입장이다. 고용진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2023년부터 주식 양도세를 전면 과세하는 정책이 생겼기 때문에 2년 동안 혼란을 부추길 필요가 없다”고 요청했다. 유독 보유금액 기준에 대해서만 정책 일관성을 지킨다는 비판도 있다.

임재현(가운데)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 6월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3억도 반대 극심한데…전면 과세 감당 가능할까

정부 입장은 다르다. 만약 올해 여론에 휩쓸려 대주주 기준이 10억원에서 머무를 경우 2023년에는 더 큰 조세 저항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심리적으로 보유금액 10억원에서 전면 과세로 전환하는 것은 3억원과 차원이 다르다는 말이다.

대주주가 아닌 투자자 전면 과세는 역풍이 더욱 거셀 수밖에 없다. 정부에 따르면 종목당 3억원 이상을 보유한 투자자는 전체 1.5%에 그치지만 2023년부터는 모두가 과세 대상이 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사실 지금까지 투자자들은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비과세라는 혜택을 받은 것”이라며 “정상 과세로 돌아가겠다는 건데 앞으로도 양도세에 대해서는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가 정책 일관성을 주장하는 이유도 이번에 3억원 방침을 철회해 선례를 만든다면 2023년 전면 과세를 앞두고 또 다시 정책 수정 요구가 빗발칠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이미 금융투자소득은 주식 양도세의 공제 금액을 연간 2000만원로 설정했다가 투자자들의 반발에 밀려 8월에 세법 개정안 발표 당시 5000만원으로 대폭 상향한 바 있다. 하나의 거대한 집단이 된 주식투자자들의 여론이 실제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한 사례다.

금융세제 개편이 지연될 경우 손실까지 따져 세금을 매기는 손익통상이나 손실분을 다음으로 넘기는 이월 공제 등 다른 방안들까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도 반영된 걸로 보인다.

한국주식투자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23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현행 10억 원으로 유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개미들, 포트폴리오 조정 등으로 대응 가능

이번 대주주 범위 확대가 새로 나온 내용은 아니다. 대주주 보유금액 기준은 2013년 이전 100억원에서 2013년 50억원으로 낮아졌고 올해 10억원까지 단계적으로 줄었다.

내년부터 3억원으로 낮추기로 한 방안은 이미 2017년 세법 개정안 발표 때 포함한 내용이다. 물론 그동안 시장에서는 과세 범위 확대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지만 투자자들이 대거 편승한 올해 상반기에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던 게 사실이다. 양도세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12월 종목당 보유금액을 3억원 이하로 낮추는 포트폴리오 조정도 가능하다.

대주주 범위가 확대할 경우 연말 양도세 회피를 위한 매도 물량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지난 2년간 개인투자자들은 12월에만 4조~5조원 가량을 순매도했고 올해는 10조원 이상 물량이 나올 수도 있다는 예측이다.

하지만 양도세 회피 목적으로 매물을 판 투자자는 이후 다시 증시로 돌아올 확률이 높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통상 증시에서는 연초 증시가 오르는 현상을 두고 ‘1월 효과’로 부르기도 한다. 실제 지난해 12월 개인투자자 매도물량은 4조8000억원대였고 올해 1월에는 6조300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홍 부총리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동조 의견이 나왔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국감에서 “대주주 기준 3억원 하향은 국회에서 기존에 합의한 대로 시행하고 추가 논의를 이어가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감사를 표했다.

다만 여전히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대주주 요건을 법으로 규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앞으로 논의 과정을 지속해서 지켜봐야 할 일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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