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혁민 위원은 최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 회담 비화 △평양 방문 당시 백두산 천지방문 배경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의 에피소드△앞으로의 활동계획 등을 밝혔다.
탁 위원은 4.27 1차 남북정상회담 최대 하이라이트였던 ‘도보다리’ 회담과 관련해 진짜 연출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라고 밝혔다. 탁 위원은 이와 관련, “두 정상이 점심식사 후 공동식수할 장소가 도보다리 바로 옆이었어요. 김정은 위원장이 애연가인데 오래 참았을 테니 두 분이 이동하다가 잠시 앉아 담배를 피울 수 있도록 하자고 생각했죠. 시간 흐름상 자연스러운 것이니 그것 자체는 대단한 기획이 아니에요. 정말 훌륭했던 것은 두 정상이 30분이나 앉아서 대화한 것”이라면서 “도보다리 연출자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두 정상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정상의 대화 내용과 관련, “행사가 끝난 후 대통령이 제게 해주신 말씀 중 전할 수 있는 이야기만 하자면,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데 영어를 잘 못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고 해요”라고 전했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당시 최대 이벤트였던 백두산 천지 방문에 대한 뒷이야기도 소개했다. 탁 위원은 “우리 측은 처음부터 평양 회담 때 백두산에 가면 좋겠다고 북측에 요청했지만 답이 없었어요. 날씨와 이동수단의 문제 때문인 것 같았어요”라면서 “우리가 평양에 들어간 후 백두산에 오르기 바로 전날 확답이 온 거예요. 춥다고 하니 부랴부랴 서울에 전문을 보내 남대문에서 옷을 구해 비행기로 보내라고 했죠. 다만 대통령 내외의 코트는 혹시 몰라 옷을 전담하는 비서들이 미리 챙긴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남북 문화교류 행사의 파트너였던 현송월 단장과 관련, 첫인상은 까칠했지만 무대를 아는 ‘좋은 친구’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탁 위원은 “우리 쪽 정보로는 결혼을 했고 자녀가 둘이며 저보다 한두 살 아래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요”라면서 “음악을 하는 플레이어라 무대를 잘 알기 때문에 저와는 통하는 게 많았어요. 저는 진짜 좋은 친구를 만났다고 생각해요”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통령 행사에 참석하는 연예인들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탁 위원은 “제게 블랙리스트 트라우마가 있듯 한국 연예계는 오랫동안 친정부 혹은 특정 정치세력과 가깝다는 이미지가 본인 활동에는 늘 독이 됐어요. 그래서 꺼리고요. 평양에서 열린 ‘봄이 온다’ 공연도 출연 제안을 거절한 가수가 많았어요”라면서 “개런티를 많이 주는 것도 아니어서 BTS도 거의 노개런티임에도 헌신적으로 ‘한·불 우정콘서트’에 참가한 거예요”라고 밝혔다.
대신에 문화기획자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탁 위원은 “앞으로 남북 합작판 ‘태양의 서커스’를 만들고 싶다”며 “북한의 기예는 어려서부터 교육시켜 개개인의 기량은 훌륭한데 의상·소품·음향·조명·영상 수준이 높지 않고 스토리텔링이 없다. 북의 기예단에 남쪽의 기술·스토리텔링을 접목하면 상품성 높은 세계적인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