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임금피크제, 정년연장 등 반대급부 없다면 무효"

"연령기준 임금삭감만 했다면 고령자고용법 위반"
개별 임금피크제 유효성 판단 기준 처음으로 제시
도입타당성·직원불이익·감액재원 사용처 등 고려
  • 등록 2022-05-26 오전 11:02:05

    수정 2022-05-26 오전 11:05:12

(그래픽=이미지투데이)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일정 연령 도달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에 반대급무가 제공되지 않았다면 고령자고용법(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 위반이라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26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못 받은 임금을 지급하라”며 국내 한 연구기관 퇴직자 A씨가 제기한 소송에서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근거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1991년 한 공공 기술연구소(B연구소)에 입사해 2014년 9월 퇴사했다. 연구소는 2008년 노동조합과 만 55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임금피크제 도입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새 인사제도에 합의해 시행에 들어갔다.

기존 업무를 그대로 이어갔던 A씨는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월급이 성과 평가에 따라 최저 93만원에서 최고 283만원까지 줄었다. 그는 2014년 “회사가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했으므로 무효”라며 미지급 임금 소송을 제기했다. 고령자고용법은 임금 등 법이 정한 분야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한 근로자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B연구소는 이에 대해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임금 삭감의 반대급부로 상시적 명예퇴직제도를 도입했다. 또 노조의 동의를 얻었으므로 문제 없다”고 맞섰다.

쟁점은 임금피크제 도입이 고령자고용법이 차별을 인정하는 근거인 ‘합리적 이유’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 (사진=방인권 기자)
1·2심 모두 ‘B연구소가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합리적 이유 없이 고령자를 차별하는 만큼 고령자고용법 위반으로서 무효’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일정 연령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 보장·연장 또는 정년 후 재고용 등 근로기간 연장을 예정하는 임금피크제 도입 취지와 달리 B연구소가 정년 보장 등의 반대급부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주된 판단 근거였다.

법원은 “B연구소의 경우 정년을 기존과 마찬가지로 61세로 그대로 둔 채 근로자가 55세가 된 때부터 임금을 삭감하도록 함으로써 근로기간 연장 없이 근로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B연구소 임금피크제는 획일적으로 일정 연령 이상의 고령자 임금을 삭제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이러한 연령에 따른 차별은 근로 대로 지급되는 임금의 특성에 비춰 합리성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A씨가 임금피크제로 임금의 대폭 하락이라는 불이익을 입었지만 업무 감축 등 적정한 대상 조치가 강구되지 않았고 기존 업무와도 차이가 없었다”며 “연령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결론 냈다.

대법원도 이 같은 하급심 판결이 맞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B연구소 임금피크제는 인건비 부담 완화 등 경영성과 제고를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라며 “이러한 목적을 55세 이상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임금 삭감 조치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임금피크제 효력과 관련해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임금피크제 효력은 이 같은 판단기준에 따라 개별 사안별로 달리 판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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