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식사 대접 등 각종 호의에 50만 원 건네면 뇌물일까 답례일까

학교장 A, 공사업체서 50만 원 받은 혐의로 기소
공사업자 B "20만 원 상당 복지리 등 각종 호의 제공에 대한 답례"
法 "직무 집행 공정성 의심 받을 여지 있어" 뇌물 인정
대법, A·B 씨에 벌금 200만 원 선고 원심 확정
  • 등록 2022-03-04 오전 11:00:13

    수정 2022-03-07 오전 7:01:26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공무원이 공사업자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등 여러 도움을 주고 업자는 이에 대한 답례로 공사를 마치며 50만 원이 든 돈봉투를 건넸다면 이는 뇌물일까 성의 표시일까.
50만원은-뇌물일까-호의일까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A씨는 지난 2019년 2월 경상북도 울릉군의 한 초등학교 교장으로 있으면서 학교 본관동과 유치원 동에 있는 노후 전기 시설 보수 공사를 한 업체에 맡겼다. 이 공사를 맡은 공사업체 이사 B씨에 따르면 A씨는 B씨가 울릉도에 도착한 첫날 시가 20만원 상당의 복지리를 자신에게 대접해 줬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저렴한 숙소를 소개해 줘 일주일간 숙박비를 35만원 가량 아꼈으며,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자신에게 수시로 과일·과자·음료수 등을 제공해 주기도 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이데일리 DB.
또 공사를 마친 날에는 A씨가 자신에게 10만 원 상당의 울릉도 특산품 명이나물 장아찌를 선물하고 해산물 저녁 식사를 대접했으며, 울릉도를 떠날 때는 직접 따 온 해삼을 선물로 줬다. 이에 B씨는 답례의 의미로 50만 원을 A씨에게 건넸다. A씨는 뇌물수수 혐의로, B씨는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두 사람은 법정에서 금품을 주고받은 사실은 인정했으나 A씨가 베푼 호의에 B씨가 의례상 답례를 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학교 측이 50만 원 이상의 도움을 줬으니 B씨는 공사를 마치면서 자신의 업체와 무관한 돈을 건넸다는 취지였다. 직무와 관련한 청탁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경우 성립한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공무원으로부터 이전에 받은 것을 갚으려 돈을 주거나 개인적으로 친해 금품을 줬더라도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이 있다면 뇌물로 본다. 이 경우 당시 공무원의 직무가 무엇이었는지, 돈을 건넨 사람과 어떤 관계인지, 액수는 얼마였는지 등을 따져 직무 관련성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1심은 A씨가 학교장으로서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이 돈이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법원은 A씨가 학교장으로서 B씨 업체가 맡은 공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A씨가 B씨와 아무런 친분이 없었으며, 50만 원이 답례라고 보기엔 큰 액수라는 점도 고려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제공한 이익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의 금품 액수는 지나치게 고액인 점을 고려하면 직무 관련성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사건 발생 시점에 공사는 준공 검사와 대금 지급 등 절차가 종료되지 않아 시공업체로서는 직무상 편의 제공을 기대할 수 있었고, A씨의 금품 수수는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 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여지가 있다”며 두 사람 모두에게 벌금 200만 원씩을 선고했다. 추가로 A씨엔 자격정지형의 선고유예를 선고했고, B씨엔 추징금 50만 원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제공한 이익에 상응한다고 해서 공무원이 그만큼의 금전을 받는 것이 곧바로 사회 관행으로 용인된다고 단정할 수 없고, B씨는 A씨의 이익 제공과 전혀 다른 방식인 금전 제공의 방법을 택했다”며 “죄책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가 먼저 금품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 공사 진행 중에 공사 관련 청탁이 없었다는 점, A씨가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이처럼 배려를 해 왔다는 점 등을 인정하면서도 이 같은 사정이 결론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덧붙였다. 2심에 이어 대법원도 이 같은 판단에 법리 오해 등의 문제가 없다고 보고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소셜 댓글by LiveRe

많이 본 뉴스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발행인 곽재선 I 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