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타협은 없다"…모차르트와 임태경의 공통점

이데일리가 만난 문화인 ⑤ 크로스오버 테너 임태경
`엄격한 남자`
최상 컨디션 만드느라 모임 어울리지 못해…화합 어려워 맘고생
`세 번째 모차르트`
연기를 하면 할수록 공감하는 부분 커져…매번 새로운 느낌
`최종 목표는 나눔`
진정성 담은 노래로 세상에 사랑 전파…노래하는 복지가 꿈꿔
  • 등록 2012-07-23 오후 3:14:31

    수정 2012-07-27 오전 9:58:39

크로스오버 테너 임태경(사진=권욱 기자 ukkwon@)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뮤지컬 ‘모차르트!’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다. 그런데 클래식한 모차르트는 여기 없다. 무릎이 반쯤 드러난 찢어진 청바지에 치렁치렁 레게머리를 늘어뜨린 불운한 청년만 있을 뿐이다. 외양에서 풍기듯 그는 시대와 어울리지 못했다. 반항의 외피를 두르고 내면의 갈등과 끊임없이 싸운다.

크로스오버 테너 임태경(39). 모차르트가 현재를 살고 있다면 이 사람이 아닐까. 재능만 보려 한 이들은 그 내면에 무엇이 들었는지 관심을 갖지 않는다. 독특한 성향도 한몫한다. 그는 완고하리만큼 자신에 철저하다. 관행을 좇는 조화보다 불화한 완결성을 추구한다. 조직이란 틀에 맞춰주길 원하는 이들에겐 삐죽이 튀어나온 잣대를 내놓는다. 오해가 없을 수 없다.

데뷔 10년. 뮤지컬 무대에 뛰어든 것도 7년째다. 하지만 정작 임태경을 알린 건 근래 출연한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그러나 여전하다. 그 목소리에 열광하는 이들에게 그는 노래에 실린 진정성을 봐달라는 암묵의 호소를 보낸다. 지난 19일 서울 한남동 한 카페테리아에서 그를 만났다. 요즘 그는 세상과 섞이지 못한 자신 안의 모차르트로 인해 호되게 앓고 있다.

“내성 생기면 끝이다”

2010년 초연부터 1년에 한 번씩 3년째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8월4일까지 공연하는 뮤지컬 ‘모차르트!’에 출연 중인 그는 때가 되면 모차르트로 살았다. 이젠 이골이 났을 법한데 고개부터 내젓는다. “내성이 생기면 안 된다. 타성에 젖는 연기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목표다. 캐릭터를 이해하는 건 갈수록 힘들다. 모차르트를 공감할 부분이 더 늘어났고 그래서 더 고독해졌다.”

이번 ‘모차르트!’엔 임태경 외 두 명의 모차르트가 더 있다. 박은태와 장현승. 이들과 다른 점을 물었더니 뜻밖의 대답이 왔다. “관심이 없다”였다. 이유는? 모차르트이기 때문이다. “두 시간 반여 그의 일대기를 살아내야 한다. 그 삶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연기선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시간의 흐름에 충실하냐 장면의 감정에 충실하냐에 따라 말이다.” 배우 해석에 따라 다른 색이 나오니 굳이 조율한다는 건 필요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는 거다.

“뮤지컬, 가혹하고 차갑다”

유독 이런 역이 많았다. 조화보다는 불화, 가벼움보다는 무거움에 짓눌리는 역할 말이다. 뮤지컬 초기작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2006)의 예수가 그랬고, ‘햄릿 월드비전’(2008)의 햄릿, ‘서편제’(2010)의 동호가 그랬다.

꼭 그 탓이겠는가 마는 뮤지컬은 그에게 “가혹하고 차가운 것”이라 했다. 그래서 “많이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임태경은 뮤지컬을 바닥부터 시작하지 않았다. 의도와는 상관없이 어느 날 ‘하늘서 뚝 떨어진 주인공’이 됐다. “물론 처음엔 박살이 났다. 무대에서 어떻게 발을 옮기는지도 몰랐으니. 그런데 민망한 박장대소의 반응이 먼저더라.” 그렇다보니 ‘질타’는 필수고 ‘왕따’는 옵션이었다. 뮤지컬계 관행에 비집고 들어서서 무대문법을 터득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다.

다른 시각으로 인한 마음고생

고집 때문이기도 했다. 작품을 하는 동안 그는 ‘개인 컨디션과 동료 간 화합’ 사이에서 절충안을 모색하는 또 다른 싸움을 벌인다. “배우가 다음날 공연을 위해 몸을 최상으로 만드는 건 의무다. 단합을 위한 모임이나 회식,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 베스트를 보여주는 것보다 중요할 순 없다. 내 책임과 철학을 보일 뿐인데 왕자병으로 몰기도 하더라.”

한 차례 공연이 끝나면 2kg씩 빠지고, 한 회도 빠짐없이 오열을 토해내며, 감성적으로 서서히 미쳐가는 모차르트로 살고 있는 그를 쇠약하게 하는 요인은 다른 데 있는 듯했다. 앙상블을 비롯해 다른 배우들에게 마음만큼 표현하지 못해 생긴 ‘간극’이다. “서로와 호흡을 이룬 시너지로 객석을 감동시키는 것이 가장 큰 일임을 안다. 다만 방법이 다를 뿐이다.”

크로스오버 테너 임태경(사진=권욱 기자 ukkwon@)


모차르트도 당시엔 대중음악가였다

“그럼에도 뮤지컬엔 중독성이 있다. 노래, 이야기, 음악. 이 모두를 충족시키는 것이 뮤지컬이다.” 그러나 그를 대중화시킨 건 7년 한 뮤지컬보다 뒤늦게 나선 방송이었다. “내 자리를 지키다 보면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겠지 했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되더라. 그래서 직접 끌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요의 클래식을 재조명한다는 ‘불후의 명곡’이란 방송프로그램 취지가 클래식을 하는 입장에서 어울린다 싶었다. 모차르트도 당시엔 대중음악가이지 않았겠는가.”

“마지막 꿈은 ‘복지’를 이루는 것”

이 크로스오버 테너의 마지막 꿈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복지’라 했다. 나눔을 펼치는 일 말이다. 대학에서 전공한 공학의 특성을 살려 ‘복지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그 목표를 위해 음악을 한다. 사실 나눔을 펼치고 싶지만 그 과정을 신뢰하지 못해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노래를 하면서 얻어낸 마음으로 복지의 뜻을 모으고 연구를 하고 허브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그럼에도 갖고 싶은 타이틀은 하나다. “노래하는 사람”. 물론 복지가로 서는 날이 오면 “노래했던 사람”도 될 수 있겠다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외양일 뿐이다. “어릴 때 땀에 젖은 어머니의 등에서 많은 걸 배웠다. 선택의 순간에선 누구와 공감을 나누느냐가 결정적이다. 무엇을 하든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임태경은

1973년생이다. 성악전공으로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스위스로 옮겨가 고등학교를 다녔다. 대학은 미국에서 나왔다. 우스터폴리테크닉대학에서 생산공학 학사와 석사과정을 다녔다. 성악을 부전공했다. 귀국 후 2002년 한일월드컵전야제에서 소프라노 조수미와 협연으로 이름을 낸 후 30여차례 콘서트 무대에 섰다. 뮤지컬은 2005년 ‘불의 검’을 시작으로 ‘겨울연가’ ‘스위니토드’ ‘햄릿 월드비전’ ‘로미오와 줄리엣’ ‘서편제’ 등 10여편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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