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고소한 학부모 '교권침해' 처분한 학교…법원 "취소하라"[사사건건]

자녀 말 믿고 교사에게 항의한 후 고소→무혐의
학교, 고소 이유로 학생·부모에 교권보호 처분
법원 "고소, 교권침해 아냐…피해주장 허위 아냐"
  • 등록 2023-01-10 오전 11:19:22

    수정 2023-01-10 오전 11:20:02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자녀의 말을 믿고 교사를 형사고소한 학부모의 행동은 교권침해가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행정3부(재판장 엄상문)는 모 고등학교 학생 A양과 A양 부모가 학교를 상대로 제기한 교권보호 징계조치처분 취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양 부모는 2021년 6월 자녀로부터 ‘담임교사 B씨가 제게 성적 언동을 했다’는 취지의 얘기를 들었다. A양 부모는 곧바로 B씨에게 전화해 항의했지만 B씨는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왜 하지도 않은 말로 그러시냐”고 따졌다.

결국 “잘못을 인정하라”는 A양 부모와 “인정할 수 없다”는 B씨 사이엔 언쟁이 벌어지며 상호 수위 높은 발언이 오갔다. A양 부모는 통화 말미에 “교육청에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겠다”고 B씨에게 경고했다.

같은 해 11월 A양 부모는 경찰에 B씨에 대해 “A양에 대한 정서적 학대행위를 했다”며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고, 같은 내용으로 교육청에 학교폭력 신고를 했다. 학교폭력 예방법에 따라 B씨는 즉각 업무에서 배제됐다.

교사 “신고하겠다며 협박” vs 학부모 “모욕 아니다”

하지만 교육청은 같은 해 12월 “학교폭력을 인정할 증가가 부족하다”며 조치없음 처분을 내렸다. 검찰도 해를 넘긴 지난해 5월 A양 부모의 고소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했다.

B씨는 교육청 조치없음 처분 직후 “A양과 A양 부모가 명예훼손, 모욕, 협박 등으로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했다”며 학교에 교권보호위원회 심의를 신청했다.

그리고 같은 달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는 A양과 A양 부모의 교육화동 침해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들에게 각각 심리치료 10시간 부과를 의결했고, 학교를 통해 통지했다.

교권보호위는 A양 부모가 B씨와 통화하던 중 사실과 다른 말로 모욕하는 말을 했고 교육청에 신고할 것이라고 협박을 했다며 이는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A양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는데 A양 부모가 경찰과 교육청에 신고해 결과적으로 B씨를 교육활동에서 배제하게 했다며 이 역시도 교육활동 침해라고 결론 내렸다.

아울러 A양 부모가 고소 직전 B씨에게 “아이들에게 사랑이 없다면 교사 생활을 그만두는 것이 맞다”고 발언한 것도 교육활동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양과 A양 부모는 이 같은 학교의 교권보호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B씨에게 사실과 다른 말로 모욕한 바 없고, 학교폭력 신고 자체를 교육활동 침해행위라고 볼 수도 없다”며 “‘사랑이 없다면 교사 생활을 그만두는 것이 맞다’는 발언은 개인 의견 표명일뿐”이라고 주장했다.

교사도 학생 등 두드린 것 인정…“학생이 과장해 인식 가능”

법원도 A양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신고내용에 일부 진실에 반하는 내용이 있더라도 그것이 정황을 과장하는 내용에 불과하다면 이를 교육활동 침해행위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수사기관 역시 A양의 무고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구체적 신고내용과 관련해서도 “B씨 역시 A양을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거나 등 뒤쪽으로 툭툭 친근한 표정으로 두드렸다는 등의 일부 행위를 인정하고 있다”며 “비교적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서 행위를 과장해 인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고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허위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이를 쉽게 인정할 경우 피해자가 위축돼 신고를 꺼리게 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른 처분 사유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미성년자 학생의 말을 듣고 보호자가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해 학생에게까지 책임을 돌린 학교의 처분 그 자체도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꼼짝 마
  • 우승의 짜릿함
  • 돌발 상황
  • 2억 괴물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