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벤치서 일어나 지붕에 올랐다…윤정선 '지붕들-이른 봄'

2022년 작
장소에 스민 시간의 의미, 사물에 입혀 재현
회색톤에 별색 얹는 기법으로 '상징' 끌어내
익선동에 남은 하나를 좇은 '한옥 기와 지붕'
  • 등록 2022-07-07 오후 12:00:00

    수정 2022-07-07 오후 12:00:00

윤정선 ‘지붕들-이른 봄’(사진=도로시살롱)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세상에 존재하는 수려한 선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는 반드시 들 거다. 공중에서 내려다본 한옥지붕의 선 말이다. 때론 절도있게 때론 유려하게 어느 하나 모난 데도 축난 데도 없이 줄 맞춰 앉았다.

작가 윤정선(51)이 ‘벤치’에서 ‘지붕’으로 갔다. 장소에 스민 시간의 의미를 사물에 입혀 재현해온 작가의 작업이 말이다. 오래된 사진 같은 기억 속에 유독 콕 박혀 있는 ‘어느 곳’을 상징처럼 꺼내 드는데, 그 끝엔 ‘색’이 묻어 있다. 회색톤에 화룡점정처럼 별색을 얹는다는 얘기다. 그나마 ‘지붕들-이른 봄’(2022)에선 푸른색, 갈색, 연두색까지 박혔지만, 예전엔 붉은색 하나만으로 화면 분위기를 압도했던 적도 있었다. 20여년 전 뉴욕에서 처음 본 뒤 한동안 기억소환 장치였던 ‘빨간 벤치’(2019) 시절을 말하는 거다.

다시 돌아온 곳이 굳이 지붕인 건 “지나치게 빨리 변해버리는 서울 익선동이 안타까워서”란다. 담벼락은 통유리가 차지하고 골목길은 더이상 골목이 아닌 그곳에서 오로지 하나 남은 ‘익선동의 기와지붕’을 발견했다는 거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좇다가 어느 순간 남아 있는 것의 소중함을 바라보게 되더라”고 했다.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도로시살롱서 여는 개인전 ‘연두색 지붕’(Yellow Green Roof)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130.3×130.3㎝. 도로시살롱 제공.

윤정선 ‘남아있는 것’(殘餘), 2022,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80.3x116.7cm
윤정선, 낙원장 2022, 2022,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40.9x31.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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