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신천지 금지` 걸고 예배 강행…대형교회도 안전 사각지대 될라

23일 서울 시내 대형교회, 일요일 예배 개최
전날 정세균 국무총리 "종교행사 자제" 권고
'신천지 금지' 안내 붙여…실효성은 '글쎄'
신도들 "교회 폐쇄 않는 이상 계속 나올 것"
  • 등록 2020-02-23 오후 6:10:40

    수정 2020-02-23 오후 6:54:11

[이데일리 김보겸 공지유 하상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정부가 `좁은 실내 공간에 모이는 종교행사를 당분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음에도 상당수 개신교 대형교회들이 일요일 예배를 강행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절반 이상이 신천지 대구교회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대형교회들은 신천지 교인의 출입을 금하고 자체적인 방역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대형교회에도 적지 않은 숫자의 인원이 모이는 만큼 당분간 예배를 자제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3일 오전 서울 시내 대형교회 곳곳에선 ‘신천지 교인의 입장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사진=공지유 기자)


◇교회마다 ‘신천지 출입금지’ 표시…가릴 방법은 없어


23일 이데일리가 서울시내 대형교회들을 둘러 본 결과 정세균 국무총리의 종교 집회 자제 당부에도 상당수 교회들이 예정된 일요일 예배를 강행했다. 대형교회들은 신도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열화상 카메라를 통과한 이들만 예배에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신천지 교인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각자 자구책을 마련하는 모습이었다.

4500여명이 예배에 참석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성도 등록증’을 소지한 신도들에게만 예배당 입장을 허가해 눈길을 끌었다. 이 교회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자를 다수 양산한 신천지 교인을 막기 위해 오늘부터 자체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3일 오후 5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이날 오전 9시 대비 46명 늘어나 총 602명으로 집계됐다. 신천지대구교회 관련 확진자는 총 329명이다.

성도 등록증이 없어 발길을 돌리는 ‘진짜 신도’도 있었다. 이날 순복음교회를 찾은 70대 A씨는 “전날 아들 집에서 잤다가 순복음교회가 가까워 예배를 드리러 왔다”며 “등록증이 없어서 돌아가지만, 신천지를 막기 위해 이런 절차가 있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름과 생년월일 등 기본 인적 사항을 포함한 ‘임시 성도 증명서’를 작성하면 별다른 제지 없이 4500여명이 모여 있는 본 예배당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임시 증명서는 별다른 인증을 거치지 않기에 가짜 정보를 적어도 사실상 예배당 출입이 가능한 것이다.

23일 예배를 찾은 신도들 중 ‘성도등록증’이 없는 교인들은 ‘임시 증명서’를 작성하고 예배당에 들어갔다. (사진=하상렬 기자)


서울 강남구 충현교회도 입구에 `신천지 교인 출입 금지`를 써붙여 뒀지만,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교회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예배당을 개방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교인들을 사람이 많은 1층을 피해 2층으로 안내하는 정도였다. 이날 충현교회 예배에는 약 400여명의 신도가 참석했다.

이날 약 600여명이 모인 서울 용산구 온누리교회 관계자는 “전날 정부가 종교행사를 자제하라고는 했지만 신도들을 갑작스럽게 막을 수 없어서 예배를 진행하게 됐다”며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교회 내 모임과 구내식당 운영 등 예배 외의 것들은 모두 중단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주일 예배 중단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3일 오전 강동구 오륜교회에서는 신도들의 체온을 잰 후 예배당에 입장시켰다. (사진=공지유 기자)


◇개신교 신도들 “신천지, 여기도 와 있을지 모른다”

대형교회들은 오히려 교회 안에 `신천지 추수꾼`이 잠입했을 지 모른다는 데 더 신경을 쓰는 분위기였다. `추수`란 신천지가 일반 개신교인으로 가장해 교회에 들어간 뒤 신천지 교회로 신도들을 이끄는 행위를 가리키는 은어다. 신천지가 22일부터 전국 1100개 교회·부대시설을 폐쇄한 만큼 신도들이 개신교 교회로 잠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영훈 여의도 순복음교회 목사는 “신천지 감염 환자들이 돌아다니면 큰 문제가 된다”며 “신천지 교회가 폐쇄되더라도 이들이 전국 교회로 돌아다니는 ‘추수’ 행위를 하기 때문에, 여기(순복음교회)도 와 있을지 모른다”고 언급했다.

이 교회를 찾은 송모(30)씨는 “코로나19 때문이 아니어도 신천지는 원래 여기 출입하면 안 된다”며 “원래 예배 후 교인들과 작은 모임을 가져 왔는데 신천지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고 집에 가야 하게 생겼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러면서 송씨는 “교회가 폐쇄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주일 예배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건우 한국기독교이단 강남상담소 소장은 “신천지 추수꾼들은 본인의 신분을 밝히기 꺼린다”며 “특정 교회에서 포교 목적을 이루지 못하면 다른 교회로 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소장은 “주일 예배 시 교회를 찾는 교인들과 명부를 철저히 대조하거나, 신도들의 주민등록증을 확인하는 것이 신천지 추수꾼을 막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개신교든 신천지든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 자체를 자제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장모(27)씨는 “다수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신천지라는 종교를 믿어서가 아니라 밀폐된 공간에 있어서 감염이 된 것”이라며 “정부의 종교행사 자제 권고에도 예배를 강행하는 일부 교회가 정부 지침을 잘못 이해한 것 아니냐”라고 강조했다. 김모(36)씨는 “코로나19 확진자의 사망이 잇따르는 현 상황에선 대의를 위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규모 예배를 지양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오후 신천지는 유튜브를 통해 코로나19 관련 입장을 발표했다. 김시몬 신천지예수교회 대변인은 “신천지 교인들이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자”라며 “혐오와 근거 없는 비난을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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