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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내가 침발랐다'…늘어나는 상표 사냥꾼

특허청 상표출원 `블랙리스트` 67명…6년새 두배↑
감시 강화한 탓도 있지만…금전 이익 노리는 사례 태반
BTS도 당하고 상표권 되가져왔는데…비용은 당사자 몫
대부분 피해자 권리 회복 난망…"포항 덮죽, 특별 케이스"
  • 등록 2020-10-16 오전 11:08:09

    수정 2020-10-19 오전 9:30:52

먼저 찜하는 놈이 임자 늘어나는 상표 사냥꾼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지방에 사는 A씨는 지난해까지 17년 동안 특허청에 132번 서류를 넣어 19개 상표를 획득했다. 특이한 것은 상표권을 인정받고 스스로 포기한 게 25건, 사용 기한이 지나 권리를 갱신하지 않아 소멸한 게 8건이나 된다. 출원 단계에서 거절된 건수만 79건이다. 소위 `상표 사냥꾼`이다.

특허 당국은 A씨와 같은 민원인을 특별 관리하는데 그 숫자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대로 두면 앞서 포항 덮죽집 피해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말란 법이 없어 우려된다.

드림스코리아가 획득했다가 무효가 된 상표권. 출원일 2014년 10월은, BTS가 데뷔한 2013년보다 뒤다. 특허청은 이미 실사용자가 있는 상표로 판단하고 이를 무효로 했다.(사진=특허청)
언제든 도사리는 ‘제2 덮죽’ 피해

15일 업계에 따르면 특허청이 관리하는 상표 사냥꾼(악의적 상표 선점 행위 의심자)은 지난달 기준으로 67명(법인 포함)이다. 이들이 올해 낸 상표 출원은 250여건이다. 2014년에는 30명이 7000건을 접수한 것과 비교하면 인원은 증가하고 건수는 감소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2015년부터 의심 건수는 급감했지만, 인원은 증가하는 추세”라며 “일단 명단에 오르면 유지하는 누적 개념이고, 블랙리스트 감시 기준을 강화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블랙리스트는 신청 규모(정량)와 실사용 가능성(정성) 가운데 후자에 무게를 두고 분류한다. 앞서 A씨 사례는 백종원씨가 대표로 있는 프랜차이즈기업 더본코리아와 비교된다. 1994년 설립한 이 회사는 지금까지 특허청과 142번 서류를 주고받아 상표권 106건을 확보하고 있다. 26년간 상표권을 스스로 포기·소멸한 게 총 4건이고, 출원해서 거절당한 것은 9건 뿐이다.

반대로 A씨는 33건이나 스스로 상표권을 포기·소멸했다. 음식과 화장품, 의료기기를 비롯해 여행, 숙박, 서비스 등 갖가지 상표를 냈다. 게다가 79건은 상표 출원이 거절됐다. 상표로서 가치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의지가 없는 것도 이유다.

특허업계 관계자는 A씨 사례를 들어 “대기업이 할만한 사업을 개인이 혼자 하려고 나선 것인데, 다른 목적이 있다고 의심하는 게 상식”이라며 “이런 경우 대부분 출원료 미납이나 사유 미제출로 거절되곤 하는데 상표 사용 의지가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상표권 선점하고 수백만원 받고 되팔아

상표 사냥꾼들이 나오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먼저 상표를 출원한 이에게 권리를 인정하는 `선출원주의`를 악용해 상표를 선점하고, 실제 주인에게 상표권을 되팔아 이익을 챙긴다. 거부하면 상표권 사용료를 내라고 독촉한다. 상표 하나당 적게는 수백만원에 사고파는 게 시세라고 한다.

세계 스타 반열에 오른 방탄소년단 (BTS)도 상표권 분쟁을 겪었다. 드림스코리아사(社)는 2014년 `B.T.S 비티에스`로 상표권을 취득했다. BTS가 데뷔한 2013년 이후다. 드림스코리아는 해당 브랜드에 대해 ‘백 투 식스틴’(BACK TO SIXTEEN)이라고 설명했다. 다툼끝에 특허청은 올해 초 ‘BTS’의 저명성에 편승하고자 하는 ‘상표의 부정사용’으로 판단해 해당 상표 등록을 취소했고. BTS의 상표권은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게 돌아갔다. 그러는 동안 시간과 금전, 이미지 손상 등 유무형의 비용을 치렀다.

BTS도 상표권 분쟁 겪어

빅히트처럼 다툴 여력이 없는 대다수 영세한 피해자에게는 벅찬 일이다. 그나마 포항 덮죽집 사건은 여론의 지지를 받은 운이 좋은 사례다. 피해자 대부분은 비용과 시간 부담 탓에 권리 회복을 주저하거나 포기하기 마련이다.

변리사 출신인 박찬훈 법무법인 강호 대표변호사는 “상표 권리 침해는 예방이 최선이지만 사후에라도 먼저 상표를 사용한 이의 권리를 넉넉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방송가에서 자체적으로 출연자 상표를 보호하는 절차를 매뉴얼로 만드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렇듯 `내 것이 아닌 상표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상표 출원을 제한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상표는 재산이고, 재산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 기본 권리다. 상표 사냥꾼이 선점 행위를 반복해도 일단 심사는 해야 한다.

권단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상표 브로커를 정교하게 선별해 출원 조건을 까다롭게 하거나 행정 및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고민할 만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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