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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아무렇지 않게 지나친 예술작품 안에도 과학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언뜻 보면 조화롭지 않아 보이지만 사실 예술은 오랜 시간 과학의 힘에 많이 의지해왔다. 신소재, 신기술 등 과학의 발전은 예술가의 상상력 속에 갇혀 있던 작품을 현실세계로 끄집어내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과학이 예술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실감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문화재단이 주최하는 ‘다빈치 크레이티브 2017’이다. 이번 전시에는 인공지능·가상현실·생물공학과 같은 과학 신기술을 적용한 국내외 13개 작품을 볼 수 있다.
이들 작품은 각각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프랑스 예술가 JF말루앵의 ‘미의 세 여신’은 ‘인간의 내제된 폭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큘러스(가상현실 체험하기 위해 쓰는 고글)를 쓰면 눈앞에 나체의 세 여자가 어깨동무를 한 채 나타난다. 그들을 끌어당길 수도 때릴 수도 껴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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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과 로봇기술을 이용한 또 다른 작품인 이성은의 ‘에테리얼’은 ‘존재’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느끼게 한다. 인간 형태의 커다란 로봇 앞에 의자가 놓여 있다. 그 의자에 앉아 오큘러스를 쓰자 마치 로봇이 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로봇의 시선에서 의자에 앉아 있는 내가 보이고 팔을 뻗자 로봇의 팔이 ‘진짜 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성은 예술가는 “‘존재’라는 것은 타인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며 “로봇의 몸을 빌려 타인이 되고 나의 존재를 관람객 스스로가 깨닫는 것이 이번 작품의 의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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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예술가는 “금붕어가 만들어내는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이야말로 인공지능이 구현하지 못한 완벽한 세상의 이치”라며 “아무리 초월적인 계산이라고 할지라도 ‘우연’이라는 표현밖에 통하지 않는 우주의 비정량적 움직임을 따라갈 수는 없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서울 금천구 독산동 금천예술공장에서 11월 5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