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고은 시인의 시집을 출간했던 실천문학사가 논란 끝에 사과했다. 해당 출판사인 실천문학사 윤한룡 대표는 20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시집 공급 중단과 함께 ‘실천문학’도 휴간하겠다고 했다. 당사자인 고은 시인은 문단과 여론의 해명 요구에도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윤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태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분들께 출판사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 고은 시인(사진=연합뉴스). |
|
시집은 지난 17일부터 공급이 중단됐으며 ‘실천문학’도 2023년 봄호까지 정상 발간한 뒤 휴간 기간을 갖는다. 윤 대표는 △시집 간행 전에 충분히 중지를 모으지 못한 상태에서 시집 출판을 결정한 점 △‘실천문학’ 2022년 겨울호에 고은 시인의 시(‘김성동을 곡함’)를 게재하기 전 구효서 주간 및 편집자문위원들과 소통하지 못한 점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사과했다.
이어 윤 대표는 고은 시인 시집 ‘무의 노래’를 출간한 데 대해 “자연인이면 누구도 가지는 헌법적 기본권으로서의 출판의 자유와 고은 시인과 실천문학사 사이의 태생적 인연이 있었”다고 출판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러한 본사의 출판 의도와는 다르게 시집은 현재 여론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실천문학사는 지난 17일부터 국내 모든 서점에 고은 시집의 추가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다만 윤 대표는 “공급 중단은 여론의 압력에 출판의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이 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언급해, 여론의 거센 비판에 의해 중단 결정한 것으로 읽힌다.
| 실천문학사가 펴낸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 |
|
실천문학에 대해서는 자숙의 의미로 “이미 청탁이 끝난 올 봄호까지만 정상적으로 발간하고, 2023년말까지 휴간 기간을 갖는다. 좀 더 정체성 있고 발전적인 체제를 위해 심사숙고한 다음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뵐 것”이라며 개선책을 싣겠다고도 했다.
고은 시인은 지난 2018년 최영미 시인이 성추행 의혹을 공론화하며 활동을 중단했다. 그는 최 시인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9년 항소심에서 패소한 뒤 상고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은 시인이 최근 실천문학사에서 ‘무의 노래’와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를 함께 펴내면서 ‘사과 없는 문단 복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었다.
앞서 전날에는 ‘실천문학’ 편집자문위원인 이승하 시인이 고은 시인과 실천문학사 대표에 진심어린 사과를 촉구했다. 이 시인은 19일 온라인 문학전문지 뉴스페이퍼에 게재한 ’고은 시인의 문단 복귀를 지켜보면서‘라는 글에서 “고은 시인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반성과 사과”라며 윤한룡 대표를 향해서는 “실천문학사에서 책을 낸 모든 사람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시인은 올해 봄호부터 편집자문위원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 줄 것을 요청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