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 문화재 돋보기]미국땅 떠돌던 비운의 덕온공주 유품

조선 마지막 공주로 어린나이에 요절
직접쓴 한글 문서 및 인장 미국서 찾아
"조선왕실의 문화·예술적 가치 보여줘"
  • 등록 2020-07-29 오전 11:14:18

    수정 2020-07-29 오전 11:14:18

19만 3136점. 지난 4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파악한 해외 소재 국내 문화재 현황이다. 고국을 떠나 타지에 있는 문화재를 환수하기 위해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해외 박물관에서 소장하거나 해당 국가의 보물로 지정돼 있어 가져오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들이 많다. 이 같은 국외소재문화들은 한편으로는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는 역할도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우리 문화재를 기억하고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데일리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함께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문화재에 어떤 것들이 있고, 이들은 어떤 가치를 담고 있는지 차례로 연재해 소개한다.<편집자주>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조선왕조에서 왕과 왕비 사이에 태어난 마지막 공주이자 어린 나이에 요절한 비운의 덕온공주(1822~1844). 안타까운 덕온공주의 생애처럼 덕온공주가 생전에 남긴 유품과 기록들은 오랜 세월 고국을 떠나 미국에 있다가 2018년이 돼서야 돌아왔다.

덕온공주는 조선 제23대 왕인 순조(재위 1800~1834)와 순원왕후(1789~1857)의 셋째 딸로 태어났다. 8세때 제3공주 ‘덕온’으로 봉작된 덕온공주는 궁궐의 막내로 어머니 순원왕후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16세때 부마 윤의선(1823~1887년)과 혼인했는데 당시 왕실에서 혼수품 목록을 적은 종이의 길이만 5m에 넘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결혼한 지 7년째 되던 1844년(헌종 10년) 헌종의 간택일에 참석했다가 급체로 23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문화재청 산하 국외문화재재단은 지난 2018년과 2019년 각각 미국에서 덕온공주의 인장과 덕온공주가 직접 쓴 ‘자경전기’, ‘규훈’ 등을 비롯한 한글자료 68점을 환수해왔다.

덕온공주 인장의 경우 미국의 경매사 크리스티 뉴욕(Christie’s New York) 경매에서 낙찰받았다. 공주의 인장은 공주의 존재와 지위를 드러내는 의례용인 동시에 필요시 날인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조선 왕조 마지막 공주의 인장이라는 역사적 중요성과 함께 그 시기 다른 금속 공예품에서는 볼 수 없는 뛰어난 예술성과 희소성을 함께 지니고 있어 그 가치가 크다. 덕온공주의 인장이 언제 어떻게 한국에서 미국으로 반출됐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경매사 측은 인장을 소장하고 있던 사람은 미국인으로 1970년대에 구입했다고 밝혔다.

덕온공주 동제인장(사진=문화재청)
덕온공주가 한글 궁서체로 직접 쓴 ‘자경전기’, ‘규훈’ 등은 지난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소장자와 직접 매입 협상을 통해 가져왔다. ‘자경전기’는 1808년 순조가 정조비 효의왕후의 명에 따라 창경궁 자경전에 대해 쓴 책이고 ‘규훈’은 여성들이 지켜야 할 덕목과 예절에 관한 책으로 본래 한문으로 쓰여 있던 것을 덕온공주가 한글로 번역해 작성했다. 두 책은 조선왕실의 한글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들이다.

이 외에도 덕온공주의 어머니 순원왕후가 사위 윤의선(1823~1887)에게 딸의 근황을 묻는 편지를 비롯해, 신정왕후(추존왕 익종 비), 명헌왕후(헌종 계비), 철인왕후(철종 비), 명성황후(고종 비) 등이 직접 쓰거나 상궁이 대필해서 덕온공주 집안에 보낸 한글 편지들도 함께 환수했다. 이 중에는 조선 최고의 한글 명필로 알려진 궁중여성 서기 이씨(書記 李氏)가 대필한 편지도 있어 사료적 중요성이 크다.

조선 왕실 여성들의 생활 속에서 한글이 의사소통 수단으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줄 뿐만 아니라 왕실에서 사용했던 아름다운 한글 궁체의 면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가 높다.

덕온공주가 한글로 옮겨 쓴 ‘자경전기’(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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