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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서열 정점’ 영재학교 입시개선안 효과 있을까

‘사교육 온상’ 지적받는 영재학교 손댄 점은 긍정적
영재학교 지역인재전형 확대…‘수도권 역차별’ 우려
가장 먼저 학생 뽑는 영재학교 우선 선발권 그대로
“영재학고 탈락 뒤 과학고, 일반고로…서열화 유지”
  • 등록 2020-11-23 오전 11:00:30

    수정 2020-11-24 오전 10:56:52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교육부가 고교 서열화 정점에 놓인 영재학교 입시에 칼을 댔다. 영재학교 8곳에 지역인재전형을 도입하고, 지필평가에서 사교육 영향력을 낮추겠다는 것. 과도한 입학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영재학교 간 중복지원을 금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고교서열화 정점에 칼 댄 교육부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영재학교 입학전형 개선방안’은 특정지역에 입학생이 편중되는 것을 완화하고 영재학교 입시에서 사교육 유발요소를 최소화하는 게 골자다. 또 영재학교 중복지원을 차단, 과도한 경쟁률을 낮추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이번 개선안은 현 중2 학생들이 고교에 진학하는 2022학년도 고입부터 적용한다.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영재학교 개선방안에 대한 평가는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고교서열화 정점에서 사교육비를 빨아들이는 영재학교에 손을 댔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는 의견도 있지만 지역인재전형으로 수도권 역차별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영재학교는 2000년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전국 8개교가 설치됐다. 한국영재학교(부산)·서울과학고(서울)·경기과학고(경기)·대구과학고(대구)·대전과학고(대전)·광주과학고(광주) 등 6곳은 과학고로 개교한 뒤 2003~2014년 사이 영재학교로 전환했다. 나머지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세종)와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인천)만 영재교육진흥법이 제정된 뒤 2015년과 2016년에 신설됐다.

영재학교 입학전형은 매년 3월부터 8월까지 치러진다. 전체 고교 중 가장 먼저 입시를 시작하기에 최우수 학생을 우선 선점한다는 이점이 있다.

영재학교 입시 지필고사가 당락 좌우

입학전형은 3단계로 치러진다. 1단계 서류평가에서 합격인원의 8배수 이상을 선발한 뒤 2단계 지필평가를 실시하며, 3단계에서 다면평가로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이 중 당락을 가르는 전형은 2단계로 알려져 있다. 응시자 대비 합격률은 2단계가 27.1%로 가장 낮으며 1단계가 75.6%로 가장 높다.

2단계 지필평가는 사교육 도움을 받지 않고는 풀 수 없는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영재학교야 말로 사교육의 온상이며 입학생들은 만들어진 영재란 말이 있다”며 “사교육을 통해 선행교육을 받지 않으면 풀 수 없는 문제들이 다수 출제된다”고 했다.

실제로 교육부가 이번 개선방안을 내놓기 전 영재학교 8곳의 지필평가 문항 465개를 분석한 결과 사교육 유발 요소가 다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2021학년도 영재학교 응시생 대상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78%가 사교육을 통해 영재학교 입시를 준비했다고 답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문제 해결력 측정 효과가 낮은 선다형·단답형 문항 비중이 높았으며 문항 수에 비해 시험시간이 부족하다”며 “상위 교육과정을 출제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영재학교에 가려면 사교육을 통해 선행학습과 문제풀이 교육을 받아야 영재학교에 합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교육부가 영재학교 지필평가 문항을 분석한 결과 A학교와 B학교의 과학시험은 한 문항 당 소요시간이 1.8~1.9분을 넘지 않아야 시간 내 문제 풀이가 가능했다.

교육부는 영재학교 지필평가에서 사교육 영향을 줄이기 위해 전체 문항 수를 수학 10문항, 과학 25문항으로 축소토록 했다. 한 문제를 1.8~1.9분 내로 풀어야 했던 A·B학교의 종전 과학문항 수는 각각 56개, 62개다. 이를 절반 이상 줄이도록 한 게 교육부 방침이다. 또 단답형·선다형 문항을 전체의 30% 이내 비중으로 줄이고 정답 개방성이 높은 열린 문항을 확대토록 했다. 창의적 문제해결력이나 종합적 사고력을 측정하도록 한 셈이다.

지난해 4월 경기 고양시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문화홀에서 학부모 대상으로 영재학교·과학고·자사고·의약대 진학을 위한 ‘종로학원하늘교육 고교 및 대입 특별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사진=뉴시스)


개선안 미흡, 수도권 역차별 우려도

교육부가 영재학교 지필평가 문항 460여개를 분석하면서 개선안을 내놨지만 교육계에선 부족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교육부는 매년 3월부터 8월까지, 무려 5~6개월간 진행되는 영재학교 전형기간을 6~8월로 단축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영재학교 우선 선발은 확고해서다. 영재학교·과학고·전국자사고·일반고로 이어지는 서열화를 깨기에는 역부족이란 의미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장은 “영재학교 선발에서 떨어진 학생에게 다시 과학고에 응시 기회를 제공하고, 여기서 떨어지면 일반고 응시 기회를 준다”며 “이는 영재학교 지원자에게 학교 선택의 기회를 지나치게 두텁게 보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재학교 8곳에 지역인재전형을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선 찬반이 갈린다. 지역균형·교육불평등 해소에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수도권 역차별 우려가 제기되는 탓이다.

현재 영재학교는 서울·경기·인천·부산·대구·대전·광주·세종 등 전국 8곳에 설치돼 있지만 신입생 70% 이상은 수도권에 쏠려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영재학교 입학생 828명 중 수도권 출신은 599명으로 72.5%를 차지한다.

교육부는 영재학교 입학생의 수도권 편중현상에 칼을 댔다. 현재 서울과학고와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에서 시행 중인 지역인재전형을 전체 영재학교로 확대하는 것. 교육부는 일반전형 모집인원의 30% 이상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전국 8개 지역에서 지역인재를 우선 선발할 경우 수도권 역차별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재학교별 모집인원은 80~120명 규모라 지역인재전형을 확대하면 수도권 학생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영재학교 준비생 중 수도권 학생이 70% 이상을 차지하지만 서울·경기 소재 영재학교는 단 2곳밖에 없다”며 “지역인재전형이 확대되면 수도권 학생은 불리해지고 지방 학생에게는 유리한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 8개 영재학교 모집인원과 경쟁률(단위: 명, %, 자료:종로학원하늘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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