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사외이사로 왜 대학교수를 선호하나

상위 100대 기업 사외이사 중 44.4%가 교수
"정부위원회 참여 교수 활용...이권 노린다"
안건찬성률 99.5%..거수기 역할 전락 지적도
"연구수탁 지렛대로 교수 사외이사 길들이기"
  • 등록 2020-09-25 오전 11:00:00

    수정 2020-09-27 오전 10:10:56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국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사외이사 중 대학교수가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교수들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동시에 정부위원회나 자문기구에 참여하고 있어 기업들이 사외이사로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이들을 지렛대로 정부 기관에 민원이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



김난도·안규리 등 서울대 교수 ‘최다’

26일 대학교육연구소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올해 1분기 보고서를 통해 사외이사 423명에 대한 전수 조사한 결과 대학교수가 188명으로 44.4%를 차지했다. 이중 서울대 교수가 47명(25.0%)으로 가장 많았고 고려대 29명(15.4%), 연세대 19명(10.1%), 중앙대 12명(6.4%), 성균관대 11명(5.9%) 등 순이었다. 이들 대학을 포함해 상위 10교가 차지하는 비율은 78.2%(147명)에 달해 쏠림 현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BGF리테일 사외이사를, 안규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삼성전자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LG생활건강 사외이사를 겸직중이다.

일부 사외이사 겸직 교수들은 법에 규정된 기간을 초과해 재직한 경우도 있다. 상법 시행령에 따르면 특정 사외이사가 한 상장회사에서 6년을 초과해 재직할 수 없다. 사외이사 연임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홍준표 울산대 의과대학 교수는 네이버 사외이사 재직기간이 7년에 달했고, 김대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대글로비스에서 8년째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이들 겸직 교수 절반 이상이 평균 보수액 ‘1000만원 이상~2000만원 미만’에 속했다. 이 구간에 속하는 겸직 교수는 106명(56.4%)이다. 이어 ‘2000만원~3000만원’ 48명(25.5%), ‘1000만원 미만’ 21명(11.2%), ‘3000만원 이상’ 9명(4.8%)으로 집계됐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교수는 “대학은 가장 많은 전문가가 있는 곳이고 일부 교수들은 국가의 각종 위원회의 자문위원이나 결정권을 가진 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기업들이 선호한다”며 “대학교수라는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그 회사가 관여하는 각종 사업이나 이익과 관련된 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거나 참여했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할수 있다”고 지적했다.



찬성률 99.5%...“급여받으며 오너 견제 되겠나”

특히 이들 교수 대부분은 ‘거수기’ 역할을 하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에 개최한 회의에 사외이사로 참석한 교수 184명은 의결권이 없거나 회의에 불참한 경우를 제외하고 총 1897개 안건에 표결했는데 찬성 의견이 1887건(99.5%)으로 사실상 모든 안건에 찬성했다. 사외이사는 대주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고 기업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하는 것이 도입 취지인데 제 역할을 못하는 셈이다.

또한 사외이사 겸직 교수가 해당 기업이나 계열사로부터 연구수탁을 받거나 수탁 이후 해당 기업 사외이사로 취임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업이 사외이사 보수나 연구비 지원을 빌미로 교수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 교육계 관계자는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기업과 코드가 맞거나 이익이 되는 인사를 선임할 텐데 독립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으로부터 수천만원의 급여를 받는데 특별히 불법사항이 보이지 않으면 반대의사를 표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 제도하에서는 거수기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교수들이 전문가로서 견제권을 제대로 행사하고 있는지 알려면 사외이사 겸직 현황과 이해충돌 여부에 해당하는 기업 연구수탁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익명을 요구한 대학교수는 “기업에서 이권에 도움이 되는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수 없도록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며 “위원회 활동을 한 적이 있거나 활동하고 있으면 관련 기업의 사외이사로 활동할 수 없도록 해야 부당한 이권행사를 막고 불합리한 정책 결정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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