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내달 초 한국을 방문한다. 미국 대선을 한 달 앞두고 한국에 어떤 메시지를 가져올 지 주목된다.
27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추석 이후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 세부일정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의 단독 방한은 2018년 10월 이후 2년만이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직후, 서울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방북 성과를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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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의 외교정책 총괄하는 고위급 인사인 만큼 무게감이 남다르지만, 이번 방한은 특히 대내외적인 여러 정치적 이벤트가 얽힌 미묘한 시기에 이뤄지는 만큼 그 목적과 파장을 놓고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먼저 미국 대선(11월 3일)을 불과 한 달 남긴 시점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어떤 메시지를 가져올 것인가이다.
코로나19 대응에서의 실책으로 재선 여부가 불확실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10월이야 말로 이를 만회하기 위한 외교적 성과가 절실한 시점이다.
여러 가능성 중 하나로 제기되는 것이 북한이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외교적 성과도, 외교적 실패도 될 수 있는 계륵같은 존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분을 강조하며 자신이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을 막았다고 자랑해왔지만, 북미 간 교착이 장기화하며 실질적 협상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 역시 꾸준히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도발에 나서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구기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나선 것이란 설명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시점이 북한의 최대 정치적 이벤트인 노동당 당 창건 75주년(10월 10일) 이전에 이뤄진다는 것 역시 이같은 해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일각에서는 옥토버 서프라이즈 가능성 중 하나로 북미 접촉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이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게 보고 있다.
미국 대선 판세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고 북한도 코로나19 대응과 수해 복구 등 내치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대화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특히 북한이 표류 중인 우리 공무원을 총살한 뒤 시신을 훼손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한반도 정세에 큰 변수가 발생했다. 남북 대화 재개를 강력하게 주장해왔던 우리 정부는 물론, 미국으로서도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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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당국자는 “지금히 유감스러운 일이 일어난 것은 사실이고 이 사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에 입각해 한미 수석대표간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략으로 노골적인 반중 전선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한국의 지지를 요청할 가능성도 크다.
이번 방한은 도쿄에서 열리는 미국·일본·호주·인도 외교장관 회의, 이른바 제‘쿼드’(QUAD) 장관급 회의 참석을 겸해 이뤄지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처음 있었던 쿼드 장관급 회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국가들로 구성돼 반중 전선을 펼치고 있다.
다만 우리 정부는 이같은 구상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구체적으로 설명을 듣거나 제안받은 적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