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편집자 주] 언어의 특성 중 역사성이라는 것이 있다. 언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성, 소멸, 변화의 과정을 겪는 것을 가리켜 바로 ‘언어의 역사성’이라고 한다. 언어의 역사성에 기반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신조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매일같이 넘쳐나는 신조어의 세상 속에서 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신조어들이 다양한 정보기술(IT) 매체를 통한 소통에 상대적으로 더욱 자유롭고 친숙한 10~20대들에 의해 주로 만들어지다 보니, 그들과 그 윗세대들 간 언어 단절 현상이 초래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젊은층들은 새로운 언어를 매우 빠른 속도로 만들어 그들만의 전유물로 삼으며 세대 간 의사소통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기성세대들도 상대적으로 더 어린 세대들의 언어를 접하고 익힘으로써 서로 간의 언어 장벽을 없애 결국엔 원활한 의사소통을 꾀하자는 취지에서 연재물 ‘이연호의 신조어 나들이’를 게재한다. |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방송 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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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 > 속 짧은 상황에서 (_) 안에 들어갈 가장 적절한 단어는 무엇일까요?
<고등학생 지유는 길게 말아 올려진 속눈썹 아래 밝게 빛나는 큰 눈을 갖고 있다. 코로나19로 학교에서 늘 마스크를 쓰고 있다 보니 학기 초 지유는 친구들 사이에서 “예쁜 아이”로 소문이 났다. 하지만 친한 친구들과 휴일에 놀러갔을 때 마스크를 비로소 벗게 된 지유의 모습을 처음 본 친구 중 한 명이 이렇게 외친다. “뭐야. 지유 (_)이었네 하하”>
1)크롱 2)마기꾼 3)흑우 4)흠좀무
정답은 2번 ‘마기꾼’이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도부터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마스크와 관련한 여러 신조어들도 생겨났다. 그중 10~20대들 사이에 가장 많이 쓰이는 신조어 중 하나는 바로 ‘마기꾼’이다.
‘마기꾼’은 ‘마스크’와 ‘사기꾼’을 합친 말로,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 쓴 상태에서 상상한 얼굴과 전혀 다른 경우 그 대상자를 농담조로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코로나19로 늘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는 현실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말인 것이다.
지난해 야후 재팬 뉴스는 마스크를 벗은 남편의 외모에 실망해 이혼한 한 여성의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난 남성과 2개월 만에 결혼했지만 잘생긴 눈과 달리 마스크 속 불규칙한 치열과 두꺼운 입술 때문에 관계가 멀어졌고 결국 이혼에 이르렀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방송인 전현무는 입 주변을 가리고 외모에 자신감을 드러내자 가수 겸 작곡가 코드 쿤스트가 “스물두 살 같다”라고 호응해 줬다. 이에 전현무는 “내가 원조 마기꾼이야!”라고 거들먹거렸고 출연진들은 배꼽을 잡았다.
마기꾼과 반대로 마스크가 얼굴을 가려 외모가 저평가된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는 ‘마스크’와 ‘피해자’를 합친 ‘마해자’라는 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