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15일 별세한 고 백기완 선생의 1주기를 맞아 그의 생전을 회고하는 추모문집 ‘백기완이 없는 거리에서’가 나왔다. 선생과 함께 활동했거나 민중운동 대표 인사, 다양한 인연을 맺었던 43인의 지인들이 필자로 참여했다.
투쟁의 전선에서 함께 싸운 동지들, 선생에게 감화를 받아 민중운동의 길을 택한 후배들, 피눈물의 현장에서 함께 섰던 이들이 기억하는 선생의 모습은 그야말로 다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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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이 1950년대 중반 서울학생 자진농촌계몽대 활동을 할 때부터 평생 동지로 지내온 구중서 수원대 명예교수(문화평론가)를 비롯해 1960~70년대 백범사상연구소를 전후해 함께 활동했던 김도현 전 문체부 차관, 김학민 전 경기문화재단 이사장,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과 이신범 전 국회의원 등 한국 사회운동 1세대들의 민주화 투쟁의 역정이 담겨 있다.
아울러 권영길·단병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한도숙·김영호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김흥현 전 전국빈민연합 의장,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 의장 등 민중운동 대표 인사들과 다양한 인연으로 만난 43명의 추모 글을 통해 백기완이라는 커다란 산맥을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와 고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명예회장은 추모문집 발간준비모임에서 인터뷰한 뒤 녹취록을 원고로 정리했다. 원경 스님은 인터뷰를 앞두고 열반에 들었다. 배은심 어머님은 인터뷰를 마친지 10여일만에 유명을 달리했다.
이들은 선생이 가고 그의 부재를 절감한다고 했다. 선생의 마지막 옷을 지은 이기연씨는 “무명빛, 하얀 모시 두루마기, 평소 입었던 하얀 모시 바지저고리 위에 이 모시 두루마기를 입히고 고름을 맸다. ‘임을 위한 행진곡’과 통곡 속에서 그렇게 마지막 옷을 입혀드렸다”며 “백기완의 많은 이들이 남았다. 모두 그의 아들딸들이다. 선생은 우리에게 ‘우리 딸이 해줍니다’라는 큰 숙제를 남기고 가셨다”고 회고했다.
이 책은 선생을 기리고, 생전의 그를 기억하는 방법이다.
한편 재단은 이 책에 다 담지 못한 현장의 목소리를 두 번째 추모문집 ‘우리 선생님 백기완’을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1주기 추모전시회 ‘백기완을 사모하는 화가 18인전’은 서울 종로구 통일문화제연구소에서 오는 3월17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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