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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에 대해 2074억원이라는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모바일 업계는 ‘기대 반 우려 반’인 모습이다. 전 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구글인만큼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우월적인 시장 지위를 갖고 있는만큼 구글의 행보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관점과, 전 세계에 불고 있는 빅테크 규제 흐름 속에서 이번 제재가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시각이 동시에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세계 최초로 입법한 ‘구글갑질방지법’ 시행에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구글이 이번에 공정위로부터 2074억원이라는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은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자사 OS 사용을 강제한 데 따른 것이다. 안드로이드 변형 OS(포크 OS)를 탑재한 기기 생산을 제한하고, 자사 앱 묶음을 함께 라이선스하는 계약을 체결토록 강제했다는 게 공정위의 심의 결과다.
실제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최근 출시한 스마트 워치 ‘갤럭시 워치4’에 자사 타이젠 OS를 버리고 구글의 ‘웨어 OS’를 탑재한 바 있다. 웨어 OS는 삼성전자와 구글이 웨어러블 시장 공략을 위해 공동개발한 스마트 워치용 OS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현재 전 세계 OS의 85%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큰 만큼 이번 공정위 제재로 당장 무언가 변화할 수 있을 것으론 보지 않는다”며 “구글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제조사들과 협업하고 있어 이번 제재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간 구글과 스마트폰 제조사간 관계는 확실히 기울어져 있던 게 사실이다. 구글은 OS 업데이트나 개발, 일정 등에 있어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비협조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구글의 앱 업데이트 과정에서 제조사들과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스마트폰 오류를 일으키는 일들도 자주 발생해왔다.
때문에 업계에선 실효성이 제한적이더라도 이번 공정위 제재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거칠 것이 없었던 구글의 행보에 일단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측면에서다. 또한 이번 제재는 이날부터 시행되는 구글갑질방지법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독보적 1위 구글을 아무도 견제하지 않는다면 분명 계속 부작용이 나올 것”이라며 “적정선의 제재가 필요한 상황인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