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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원인 중 하나는 기관투자자의 투자 자금 축소다. 지난해 말부터 금융권에서 돈줄을 죄면서 주요 공제회에서는 회원들의 대출이 줄을 이었다. 이 때문에 일부 공제회에서는 대체투자 부문에 집행하는 자산 규모가 지난해 대비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책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개인들이 대출을 많이 받아가서 기관들이 돈이 많은 상황이 아니다”라며 “지난해까지는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고 기관들도 적극적으로 자금 집행에 나서는 모습이었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은 현재 PE 대상의 블라인드펀드 출자 사업을 지난해보다 작은 규모로 진행하고 있다. 다음 달 중으로 3개 운용사를 선정해 5000억원을 출자할 예정인데, 지난해 전체 출자금액이 6000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감소했다. 지난해에 진행했던 코인베스트먼트 펀드, 코파펀드 출자는 올해 진행하지 않는다.
시장에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출자사업의 지원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운용사들이 많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일반적으로 기관들은 블라인드펀드에 출자할 때 해당 펀드의 일정 비율 이상이 약정된 상태여야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금을 집행하기 위해선 블라인드펀드 자체가 원활히 조성될 것이라는 보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기관 관계자는 “최근에 여러모로 자금을 모으기 힘든 면이 있다 보니 원래 계획대로 공고를 내면 지원할 수 있는 곳이 적어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출자 계획을 일단 조금 미루기로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올해도 업력이나 트랙레코드, 수익률이 우수한 주요 운용사 위주로 기관 출자가 쏠리는 일종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체 자금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 안정성을 중시하는 기관이 모험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좋지도 않고 자금도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안정성을 해쳐가면서 모험적인 선택을 할 유인이 없다”며 “확실한 곳에 자금 쏘는 경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