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외환행장 "또한번의 깜짝쇼"

  • 등록 2002-04-11 오후 5:42:44

    수정 2002-04-11 오후 5:42:44

[edaily 이정훈기자] 조흥은행에 이어 외환은행장 후보 추천이 또 한번 은행가와 일반인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습니다. 홍석주 조흥은행장이 40대라는 점에서 파격으로 비춰졌다면 이강원 행장후보는 50대 초반의 젊음과 증권가 출신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막판까지 낙점자를 점치기 힘들었던 이번 외환은행장 후보 추천과정을 금융팀 이정훈 기자가 정리해봅니다. 어제(10일) 금융가의 최대 관심거리 중 하나는 뭐니뭐니 해도 "외환은행장에 누가 되느냐"는 것이었을 겁니다. 물론 은행장이 가지는 비중이 크지만 조흥은행장 선임에서 보여줬던 의외성이 재연될 것을 기대하는 심리와 함께 김경림 행장 사퇴에서 비롯된 관치금융 논란이 "예고편" 역할을 했기 때문일 거란 생각입니다. 이번 외환은행 행추위는 지난달 29일 주총이 끝나고 구성돼 4월초부터 본격적으로 후보 선정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실제 물밑작업은 김경림 행장 사퇴에 이어 열린 지난달 이사회 때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행장후보 리스트를 컨설팅회사로부터 이미 받아뒀다더군요. 그렇게 100여명의 리스트에서부터 시작된 행장후보 선정은 2주일 가량 계속됐고 여러 매체의 보도를 지켜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과정에서 몇 번이나 유력인물의 이름이 뒤바뀌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당초에는 행내 인물로 이연수 행장대행과 외환은행 출신인 장병구 수협중앙회 신용부문 대표, 최경식 현대증권 부사장 등을 비롯해 금감원의 정기홍, 강권석 부원장 등이 유력하게 물망에 올랐습니다. 물론 결과로부터 역추적하면 업계 인물들의 경우 대체로 예측이 맞아떨어졌죠. 일찌감치 외환은행 노조의 관치인사 반대 농성과 서한을 통한 항의 등이 강했음을 의식한 것일까요. 관료 출신 인물들은 스스로 고사의 뜻을 밝혔고 이번 주초부터는 아예 후보명단에서 빠져버렸습니다. 행추위는 행내외 인물 8명을 일단 추린 후 8일밤 이연수 행장대행을 포함한 3명의 후보를 정부와의 창구로 활용했던 금감위에 통보했지만 개혁성과 일부 후보의 전력을 이유로 반려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나중에 정문수 행추위원장은 "당시에 3명을 최종 확정해서 올린 것이 아니라 후보 선정에 조심을 기하다 보니 사전에 검증을 거쳤고 정부측과 의견을 조율한 것일 뿐"이라고 부인했지만 일단 정부측에서 처음 행추위가 생각한 인물들을 탐탁치 않게 생각한 것만은 사실이겠죠. 물론 행추위가 이번 후보선정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인 건 분명합니다. 마라톤 회의가 열리면 보통 5~6시간까지 길어지기도 했고 위원장을 비롯해 행추위원들도 기자들의 취재에 철저하게 "침묵"으로 답했습니다. 아예 나중엔 "맞다" "아니다" 단답식 답변까지도 거부하더군요. 순간순간 유력후보가 뒤바뀐 조흥은행에 비해서는 유력 인물들이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나긴 했습니다. 행추위는 9일 오전부터 다시 회의를 열고 이강원 LG투신운용 사장 등을 후보군에 포함시켜 최경식 현대증권 부사장, 유재환 전 한미은행 부행장과의 3파전이 비로소 시작됐습니다. 또 재경부에서 가장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장병구 대표도 막판까지 가능성 있는 인물로 오르내렸습니다. 10일이 되자 이강원 사장이 사실상 낙점됐다는 루머가 기자들 사이에 나돌기 시작했고 오후가 되자 금감원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이 사장의 후보 선정이 기정사실화되는 듯 했습니다. 막판 이 사장의 출신지가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얘기와 함께 장병구 대표의 선임 가능성도 남아 있었지만 결국 금감원을 통해 이 사장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더군요. 혹시나 했던 기자들도 "예상했지만 마지막에 하마터면 속을 뻔 했다"는 반응이었죠. 결국 홍석주 조흥은행장과 하영구 한미은행장, 강정원 서울은행장에 이어 40~50대 소장파 행장을 탄생시켰고 김정태 국민은행장에 이어 두번째로 여의도 출신으로 명동 은행가에 입성하는 인물이 나온 셈이죠. 이 두 가지 모두 당사자인 외환은행 내부에서는 탐탁지 않아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보수적이고 자존심 강한 외환은행 직원들 사이에선 10일 오전부터 "50대 초반의 증권가 출신 인물이 행장으로 오다니" "증권사도 아니고 투신운용사 사장이 행장이라구?" 이런 얘기들이 심심찮게 나돌았습니다. 일부에서는 "정기홍 부원장이 오는 게 낫다. 관료 출신을 처음부터 배제한 것이 잘못이다"라는 말까지 들리더군요. 특히 이 후보가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정문수 행추위원장과 함께 일한 적이 있고 강응선 사외이사와는 호남 출신에 서울고 동문이라는 것도 충분히 "뒷 얘기"를 낳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외환은행으로서는 내부승진이 무산된 데 대한 아쉬움이 있겠지만 증권가에서는 이 행장후보에 대해 "한번쯤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엿보입니다. 이 행장후보가 50년생인 반면 외환은행에서 가장 젊은 임원이 48년생이라 대규모 물갈이가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으나 이같은 파격적인 행장 인사가 처음이라는 점에서 "강한 은행"으로 가는데 약(藥)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찌됐던 이렇게 외환은행장 인사까지 마무리됐습니다. 은행장들이 젊은 세대로 물갈이되면서 그동안 구조조정의 성과와 그에 따른 수익개선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는 은행가에 한층 더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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