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의 숙주는 '집'이다…'영화, 내 맘대로 봐도 괜찮을까' 출간

이현경 영화평론가의 첫 평론집
영화가 던진 질문에 개성있는 답변 담아
성장드라마·SF 등 다양한 장르 망라
  • 등록 2020-03-19 오전 10:29:14

    수정 2020-03-19 오전 10:37:13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석권하며 온 국민에게 행복을 안겼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관객들은 영화 제목을 보고 기택 가족이 박 사장 가족을 숙주로 삼은 기생충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숙주는 ‘집’이다. 건축가 남궁현자가 지었다는 이 집은 여러 주인을 거치면서 모든 풍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재한 채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몸으로 들어온 기생충들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숙주다.

봉 감독의 2006년 작품인 ‘괴물’의 영어 제목은 ‘The Host’(숙주)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괴물’과 ‘기생충’은 ‘숙주-기생충’이라는 하나의 쌍을 이룬다. ‘괴물’에서 미군 실험으로 오염된 한강과 개인주의에 함몰된 사회는 괴물이 사는 숙주였는데, ‘기생충’에서는 박 사장네 집이라는 훨씬 축소되고 폐쇄된 공간으로 숙주의 모습이 바뀐 것 뿐이다.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박 사장의 집.


영화가 남긴 질문에 대한 개성있는 답변들을 담은 영화평론집 ‘영화, 내 맘대로 봐도 괜찮을까?’(미다스북스)가 출간됐다. 영화평론가인 저자는 몇 가지의 영화를 엮어서 서술하기도 하고 영화를 전반적으로 분석하거나 혹은 한 부분에 집중하면서 영화가 던진 질문에 대한 개인적인 답을 써 내려갔다.

책은 ‘우주적 잔인성과 세상이라는 함정’ ‘선택과 판단이라는 삶의 명령’ ‘원초적 공포와 일상의 불협화음’ ‘성장을 위해 치르는 대가’ ‘세상과 맞서는 인물들’ 등 총 5부로 구성했다. ‘본 시리즈’ ‘밀양’ ‘테이킹 우드스탁’ ‘조용한 혼돈’ 등 성장드라마와 멜로, SF, 액션, 공포 영화까지 국내외 영화를 총망라했다.

윤종빈 감독의 두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와 ‘비스티 보이즈’를 잠깐 살펴보자. 감독은 영화를 통해 남성의 치열한 삶을 보여준다. 사회에 나가기 전 “어른이 먼저 돼야” 하는 우리 사회의 남자들은 혹독한 성인식을 치루고 나서야 유년기를 마감하지만, 더 잔인한 밥벌이의 법칙에 적응해야 하는 미션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의 코미디 드라마 ‘미스 리틀 선샤인’에도 성장 이야기가 나온다. 뉴멕시코에서 캘리포니아 라돈도 비치까지 가는 1박 2일의 여정에서 후버 가족은 온갖 사건·사고를 겪게 된다. 이들이 괴팍하고 이상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모든 가족은 후버 가족과 다를 바 없다. 삶이 뜻밖의 상황에 부딪히고 절망하고 극복하는 과정의 연속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들이 여행 중 부딪히는 사건과 사고도 어쩌면 일상적인 일일 뿐이다.

저자는 “‘이 영화 한번 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게 하는 걸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글을 써왔다”며 “영화를 마음대로 봐도 되듯이 평론도 마음대로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해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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