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은 ‘공정’과 연관 지어 바라봐야 한다. 그동안 조국과 정경심을 지지하는 진영에서는 죄가 안 된다고 옹호했다. “널리 퍼진 입시 관행을 두고 먼지떨이 표적 수사를 했다. 또 고작 표창장 위조 사건에 특수부 검사들을 대거 투입했다”는 비판적 시각이 그것이다. 법조계에서도 ‘스펙 부풀리기’가 형사처벌 대상인지를 두고 이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정경심 논란은 ‘학벌’과 ‘공정’이다. 공정은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키워드이기도하다. 한국사회에서 학벌은 중요한 계층이동 사다리다. 그런데 계층 사다리를 불공정하게 사용하다 사달이 난 것이다. 교수들끼리 자기 자식을 위해 스펙을 꿔주는 불공정한 행태다.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만연돼 온 것들이다. 한 걸음 나아가 정 교수는 위조·변조까지 했다. 이 때문에 사회적 배경이 없는 부모를 둔 자녀들은 경쟁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기울어진 운동장 정도가 아니라 대부분은 아예 그런 운동장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지난해 7월 조국 장관 임명을 계기로 불거진 진영논리가 남긴 후유증은 우리사회를 황폐화시켰다. 캐스 R. 선스타인은 <왜 우리는 극단에 끌리는가>에서 서로 생각이 같은 집단 속에 들어가면 극단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같은 무리 속에서 합리적 판단은 배척한 채 믿고 싶은 정보만 선택적으로 주고받으면서 극단화 된다는 것이다. 정경심에는 한없이 관대하고, 나경원에게는 한없이 가혹한 심리적 기제는 이런 토대 위에서 생산됐다.
대중은 제한된 정보와 편향된 언론에 의존하기에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문제는 정치인들이다. 그들은 정치적 목적을 이유로 스피커 볼륨을 높인다. 이른바 ‘조국 지킴이’를 자처해 온 강경파들은 선동과 부채질에 익숙하다. <조국 백서> 필진에 참여한 이력을 내세워 배지를 단 김남국 의원은 “함께 비를 맞고, 돌을 맞으면서 가시밭길을 걷겠다”며 정경심을 희생자 프레임으로 감쌌다. 같은 당 김용민 의원은 “윤석열이 판사 사찰을 통해 노린 게 바로 이런거였다”는 엉뚱한 프레임을 들이댔다. 사법부에 대한 모독이자 한심한 인식 수준이다.
앞으로도 긴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그러니 극단에도 끌리지 말고, 방향 없는 분노도 내려놓고, 지나친 예단도 없이 지켜볼 필요가 있다. 덧붙여 참된 진보라면 오만한 선동은 멈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