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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WTO사무총장 최종 라운드 진출…BTS도 한몫 했다?

각국 대사 자녀들도 BTS팬 'ARMY'
BTS 싸인CD로 대사 마음 사로잡아
"BTS도 외교관 못지 않은 역할 했다"
중국, 일본 '비토' 막아야..EU 통해 설득
  • 등록 2020-10-12 오전 11:01:00

    수정 2020-10-15 오전 8:50:27

WTO 사무총장 결승전 오른 유명희 숨은 조력자는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53)이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최종 후보 2인에 올랐습니다. 이제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와 함께 마지막 승부를 겨루게 됩니다. 유 본부장이 최종 선출되면 WTO의 첫 한국인 수장과 첫 여성 사무총장 타이틀을 쥐게 됩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당초 5명이 진출한 2라운드에서는 인물보다 지역 기반으로 지지표가 결집해 유 본부장에게 불리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164개 WTO회원국은 지역별로 아프리카가 40여개로 가장 많고, 유럽연합(EU), 아시아, 미주 순입니다.

하지만 유 본부장은 오히려 지역구도를 깨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선진국와 개발도상국을 연결해주는 ‘중견국’이 역할을 강조했고, WTO의 공동화두인 WTO개혁을 꺼내들었죠.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고 분쟁해소기구가 사실상 식물화한 위기 속에서 통상전문가인 그가 개혁자로 나서겠다고 선언을 한 것입니다.

그는 직접 스위스 제네바와 미국 등을 돌면서 지지 활동을 벌였습니다. 각국 통상당국 수장 및 대사 등과 온라인으로도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수십년간 통상분야에서 한우물을 팠던 만큼 다양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던 것도 힘이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WTO 35개 회원국에 친서를 보내고 브라질·독일·러시아·호주·뉴질랜드 5개국 정상과 통화하면서 유 본부장을 적극 밀어준 것 역시 영향을 미쳤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유 본부장을 위한 “전방위적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 지시를 내리기도 했죠.

방탄소년단(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각국 대사 자녀 마음을 사로 잡아라”


여기에 방탄소년단 (BTS) 힘도 한몫을 했다는 후문입니다. 한류스타를 넘어 이젠 글로벌스타가 된 BTS의 영향력은 해외 주요 인사들한테도 상당합니다. 대사, 장관, 외교관들 자녀들이 BTS팬인 이른바 ‘아미(ARMY)’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3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정거래위원장이던 시절 벨기에와 독일, 세르비아 등 3개국과 양자협의를 위해 방문했는데 공통된 화두가 BTS였습니다. 모두들 BTS를 잘 안다며 그와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역할을 하는 독일 연방카르텔청의 안드레아스 문트 청장 딸은 대표적인 BTS ‘광팬’입니다. 그는 BTS가 너무 좋아 아예 한국에서 인턴 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문트 청장과 면담 내내 BTS 얘기를 했던 김 실장은 앞으로 해외 방문이 있을 경우엔 꼭 BTS 싸인CD를 준비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합니다

WTO 사무총장 범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 팀장인 김 실장은 이번 선거 운동에서 BTS 친필 싸인CD를 적극 활용하도록 전략을 짰다고 합니다. 신곡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핫100 1위에 오른 것도 천운이었습니다. BTS 최신 싸인CD를 주면서 각국 대사들의 자녀 마음뿐만 아니라 부모 마음까지 사로 잡았던 것이죠.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BTS가 외교관 못지 않은 역할을 해줬다”고 귀띔했습니다.

각국 이해관계 복합방정식 풀어야 하는 3라운드

이제 최종 라운드 입니다. 상대편인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나이지리아 전 재무부 장관은 두차례 재무장관과 외부무 장관까지 역임한 최초의 여성 정치인입니다. 197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MIT 대학원에서 지역경제 개발학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습니다. 세계은행에서 25년간 근무하면서 국제무대에서 저명한 인사이기도 합니다. 결코 만만치 않은 승부인 셈이죠.

2라운드와 3라운드는 선거 방식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2라운드는 각국이 두표씩 행사했지만 3라운드는 단 한표만 가능합니다. 각국이 던질 표가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3라운드는 투표 방식이 아닌 회원국 협의(consultation)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각국 대사들이 지지하는 나라를 확인하고, 지지하지 않는 나라에 대한 거부권(Veto) 정도를 따집니다.

이를테면 일본이 유 본부장은 절대 안된다고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일본의 WTO 영향력 등을 따져서 컨센서스가 이뤄질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게 됩니다. 복수의 여러 나라에서 일본의 뜻을 동조한다면 유 본부장이 사무총장이 될 확률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와 수출 규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은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유 본부장의 경우 일본이 징용 판결의 보복 조치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가, WTO에 제소당한 상황이어서 일본에는 경계할 수밖에 없고,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밀 경우에는 미국과 대립하는 중국의 입김이 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와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수출규제에 대해 전향적인 해법을 찾는다면 일본의 마음을 돌릴 수도 있는 셈입니다.

EU표 얻어 아프리카도..중국 마음 돌릴 방안 관건

유럽연합(EU)의 마음을 확실하게 잡는 것도 관건입니다. 유 본부장은 13일 출국해 스위스 제네바와 EU 주요국을 방문해 지지 활동에 나설 방침입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2라운드는 복수 추천이 가능했기에 EU표를 많이 얻었지만, 최종라운드에서 EU가 식민지 등 역사적 배경이 연결된 아프리카를 밀 가능성이 큰 건 사실”이라면서 “이번 캠페인에서 가장 역점을 둬야하는 지역 중 하나가 EU다”고 말합니다.. 아프리카 다음으로 EU의 표가 가장 많은 터라 EU의 지지를 바탕으로 전세계 컨센서스를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WTO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 표를 얻는 것도 핵심 전략 중 하나입니다. 중국은 최대 교역·투자국인 아프리카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유 본부장은 중국을 직접 찾으려고 했지만 코로나19로 방문을 하지 못했습니다. 중국은 WTO에서 사무차장 4자리 중 한자리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한 통상전문가는 “중국이 사무차장 한자리를 갖게되면 유 본부장과 함께 WTO 주요 보직에 아시아가 두자리를 차지해 다른 지역에서 견제를 받을 수 있다”면서도 “크게 미주,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 4개 지역에서 사무차장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건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습니다.

WTO 사무국은 최종 결론을 11월 7일 전에 낼 것으로 보입니다. 각국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고, 컨센서스를 모으는 것도 결국 국력에 좌우됩니다. 정부의 전방위적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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