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매각을 원하면 침묵하라'…널뛰는 주가에 M&A '함구령'

회사 매각설…주가 널뛰기에 협상 난관
시총 급등에 추측까지 난무하며 '발목'
'매각 원하면 침묵 지켜라' 함구령까지
'사실 아니다' 부인에도 시장은 '설마…'
  • 등록 2020-08-13 오전 11:01:00

    수정 2020-08-14 오전 11:02:43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이 있다. 말이 많을수록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기고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의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고 타인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요즘과는 맞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수백억원, 많게는 수조원의 금액이 오가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여전히 ‘침묵은 금’으로 취급받고 있다.
M&A 소식에 주가 출렁…꼬이는 계산

코스피 지수가 2년 2개월 만에 2400선을 돌파하면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른 상황.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상반기 이렇다 할 매각 타이밍을 잡지 못한 기업이나 사모펀드(PEF) 운용사 입장에서는 ‘지금이 기회’라며 수요 조사와 원매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분주한 와중에도 M&A 시장에서 잊어선 안 되는 명제 가운데 하나가 앞서 언급한 ‘침묵’이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이나 코스닥 상장사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매각설이 외부에 알려지면 곧 바로 주가에 영향을 미쳐 기업가치(밸류에이션) 산정에 애를 먹을 수 있어서다. M&A 소식에 파생되는 추측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점도 기존의 전략이나 계산을 꼬이게 하는 요소다.

실제로 최근 한 코스닥 상장사 매각에 나선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SPA) 전날 새벽까지 최종 매각가격을 두고 막판 조율을 벌였다. 원매자 측과 매각가에 협의를 진행하던 과정에서 매각 소식이 알려진 이후 주가가 요동치기 시작하자 협상 막판에 이견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운용사 관계자는 “상장사 인수합병은 주가와 연동되는 상황이 많아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원매자 입장에서는 협상 초기 제시한 금액을 내려 하고 매각 측에서는 늘어난 밸류에이션에 대한 (일정부분의) 소급 적용을 바라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PEF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와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두산솔루스(336370)도 같은 전철을 밟았다. 지난 4월 프라이빗 딜(수의계약) 형태로 진행하던 매각 협상을 뒤집고 공개 매각 버튼을 누르자 매수세가 집중됐다.

4월 중순 9000억원 중반을 오가던 시가총액이 한 달 여만에 1조2000억원까지 불어났다. 두산솔루스의 성장성에 관심을 가지던 잠재적 원매자들이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돌고 돌아 원래 협상 대상자인 스카이레이크와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프라이빗딜로 계속 갔다면 협상이 더 수월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함구령에 부인해도…열린 결말은 진행형

최근에는 2차전지 검사 장비 제조업체 이노메트리(302430)가 M&A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매각을 위해 다수의 투자자들과 태핑(수요조사)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이노메트리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 SK(034730)그룹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와서다.

지난달 28일 1만8700원이던 주가는 매각설이 본격화된 이후 5거래일 만에 63%나 오르며 3만원을 넘어섰다. 1800억원 안팎이던 주가가 일주일 새 2943억원까치 치솟은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가 급등으로 기존에 산정한 금액과 비교해 괴리가 커질 경우에는 양측 협상이 순탄하게 흐를 가능성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연내 M&A를 노리는 기업들 사이에서는 ‘함구령’(緘口令)이 내려졌다는 말도 나온다. 때로는 상황에 따라 적극적인 부인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혹여나 불거진 매각설을 부인한 뒤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협상을 진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에 따르면 풍문 등에 대한 부인 공시 이후 3개월(특수경우 제외)내 이를 번복할 경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벌점을 부과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3개월간 공시 내용을 유지하기만 하면 제재를 받지 않는 셈이다. 매각설 부인공시 이후 시장 안팎에서 “앞으로 3개월은 안팔겠구나”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선 이노메트리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설에 대해 잠재적 원매자들로 꼽히던 회사들이 “인수 사실을 검토한 바 없다”는 부인을 시장에서 온전히 믿지 않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 작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M&A라는 게 어제 다르고 오늘이 다른데 절대 하지 않겠다는 것은 없다”며 “설령 매각을 추진 중이더라도 하루 이틀 안에 끝나는 게 아닌 상황에서 당장의 해명을 통해 우려를 걷어내려는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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