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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닭다리만 찾아요”…상장 앞둔 교촌치킨의 고민

교촌치킨 본사, 재고자산 2년반 사이 4배 넘게 '급증'
'허니콤보' 인기에 안 팔리는 닭가슴살 재고 부담 커져
재고 회전율 낮아지고 회사 손실 늘어나
  • 등록 2020-10-12 오전 11:01:30

    수정 2020-10-13 오전 11:36:20

사람들이 닭다리만 찾아요 상장 앞둔 교촌치킨의 고민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교촌치킨’ 브랜드를 앞세워 다음달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인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교촌에프앤비는 고민이 하나 있다. 최근 회사 창고에 쌓인 재고가 부쩍 늘고 있어서다.

교촌치킨 본사 재고, 2년 반 사이 4배 넘게 늘어

그래픽=이동훈 기자


12일 교촌에프앤비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교촌 측은 재고 자산 증가를 투자의 위험 요소로 제시하고 있다. 재고가 많아져 회사의 수익성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으니 교촌에프앤비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들이 주의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교촌에프앤비의 재고 자산은 지난 6월 말 현재 125억원으로 2017년 말(30억원) 대비 4배 넘게 급증했다.

재고 자산은 회사가 직접 만든 제품이나 외부에서 사들인 상품이 아직 팔리지 않고 창고에 보관 중인 상태를 의미한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 본부인 교촌에프앤비는 외부 업체로부터 매입한 닭, 치킨 소스, 무 등을 개별 가맹점에 판매해 매출을 올리는데, 가맹점에 팔지 못하고 본사 창고에 쌓이는 재고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

회사 입장에서 재고 자산이 증가하면 그만큼 현금이 묶이고 향후 재고 폐기로 인해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재고 증가의 비밀, ‘허니콤보’ 인기 때문?

교촌치킨의 대표 메뉴인 허니콤보 (사진=교촌에프앤비)


교촌의 재고 자산이 불어나는 원인은 뭘까?

한마디로 말해 소비자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퍽퍽한 닭가슴살 재고가 많아져서다.

교촌에프앤비는 증권신고서에서 “국내 치킨 소비는 소비자가 선호하는 닭 다리, 닭 날개와 소비자가 선호하지 않는 닭가슴살 등으로 명확하게 나뉘는데, 회사의 매출액이 늘면서 비선호 부위의 재고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교촌치킨 가맹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대표 메뉴는 쫄깃하고 탄력 있는 닭 다리와 닭 날개를 기름에 튀긴 후 달콤한 꿀 소스로 버무린 ‘허니 콤보’다.

이처럼 소비자와 가맹점이 인기 부위인 닭 다리와 날개로만 이뤄진 메뉴를 주로 찾으면 가맹 본부인 교촌에프앤비가 닭가슴살 등 비인기 부위의 재고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교촌에프앤비는 외부 업체로부터 닭을 부위별로 분리한 ‘부분육’을 매입하는데, 수요가 많은 닭 다리와 날개만 사 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우리가 필요한 것은 닭 다리와 날개지만, 닭 한 마리를 부위별로 해체한 뒤 판매하는 협력 업체 입장에서는 다리와 날개만 공급하기 힘들다”면서 “원활한 수급을 위해 닭가슴살 등 비선호 부위도 같이 매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육계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엔 닭 한 마리를 통째로 소비하는 문화였지만, 최근 닭 날개와 북채(다리)로만 구성된 콤보 메뉴가 인기를 끌면서 프랜차이즈 업체에 납품하는 대형 도계 업체와 가공 업체 등이 안 팔리는 가슴살 재고를 떠안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사정이 이렇게 다 보니 프랜차이즈 납품 업체도 닭 다리와 날개를 사려면 가슴살도 같이 가져가라고 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애물단지 된 닭가슴살…처분기간 길어지고 손실 늘어

그래픽=이동훈 기자


이 같은 닭가슴살 재고 증가로 교촌에프앤비 재고 자산의 회전율도 낮아지고 있다. 재고 회전율이 내려간다는 것은 회사 창고에 보관 중인 재고가 외부에 판매되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어진다는 의미다.

교촌에프앤비의 재고 자산 회전율은 2017년 말 117회에서 올해 6월 말 46회로 뚝 떨어졌다. 이는 회사의 재고가 팔려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과거 3일 정도에서 현재 8일가량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는 뜻이다.

이렇게 재고의 회전율이 떨어지고 보관 기간이 길어지면 상품 가치가 떨어져 회사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가맹점에 팔지 못하고 남은 닭가슴살을 폐기 처분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교촌에프앤비의 올해 상반기(1~6월) 재무제표에 반영된 재고 자산 평가 손실 충당금은 약 35억원으로 지난해(약 900만원)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재고 자산 손실 충당금이란 보유 중인 재고 자산을 실제 처분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돈이 회계 장부에 적은 금액보다 적을 경우 그 차액을 회사의 비용(매출 원가)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충당금이 늘면 그만큼 회사의 이익은 줄어들게 된다.

교촌 측은 “비선호 부위의 온라인 판매 등 거래처 확대와 닭가슴살을 활용한 볶음밥·핫바 등 신규 가정간편식(HMR) 제품 출시를 통해 재고를 관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닭가슴살을 주로 소비하는 외식·급식 시장이 타격을 받으며 협력 업체의 어려움이 커져 협력사 지원과 수급 안정화 차원에서 닭가슴살을 적극적으로 매입했다”며 “올해는 특수한 상황이며 향후 코로나 여파가 잠잠해지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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