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BTS 500억대 주식 대박에 회사는 적자 걱정…왜?

방대표 개인 주식 증여액도 회사 비용으로 반영
빅히트엔터 상장 첫해 500억원대 손실 불가피
"실제 현금 유출 없는 회계상 손실..회사 문제 없어"
BTS 멤버들, 기존 주식보상 약정 대신 증여 선택
  • 등록 2020-09-08 오전 11:00:00

    수정 2020-09-10 오후 5:32:38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은 ‘주식 부자’가 됐지만, 정작 회사는 대규모 적자를 걱정하고 있다.”

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엔터)가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 신고서를 보면 이 같은 회사의 고민이 읽힌다. 빅히트엔터의 최대 주주인 방시혁 대표이사의 ‘통 큰 주식 증여’로 회사가 수백억 원대 손실을 보게 됐다는 것이 고민의 핵심이다.

방 대표는 지난달 3일 BTS 멤버 7명에게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 1285만6032주 중 약 4%인 47만8695주를 공짜로 넘겨줬다. 빅히트엔터 주식의 상장 가격(1주당 10만5000원~13만50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503억~646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무상으로 증여한 것이다. 상장 후 주가 상승까지 고려하면 멤버 1명당 얻는 이익은 최소 7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이런 개인 간 주식 거래로 인해 회사가 손실을 본다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현행 회계 처리 기준 때문이다. 대주주가 자신의 주식을 개인적으로 임직원에게 무상 증여해도 이를 직원이 일한 대가를 지급한 거래로 간주하고 회사의 비용에 반영하는 것이다.

대주주→임직원 주식 무상증여도 일한 대가로 간주

방탄소년단(BTS) 멤버들 (사진=서울관광재단)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시장 상장사에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IFRS)은 방 대표-BTS 멤버 간 주식 증여 같은 사례를 ‘주식 기준 보상 거래’(기준서 1102호)로 규정하고 있다.

주식 기준 보상 거래란 기업이 회사의 임직원이 일정 기간 일하는 조건으로 주식이나 스톡옵션(주식 매수 선택권)을 주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주식 기준 보상 거래는 스톡옵션을 가리킨다. 직원이 근무 기간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미리 약속한 가격에 회사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 스톡옵션뿐 아니라 대주주의 임직원 주식 증여도 이 회계 기준을 적용받는다.

비록 외견상 대주주가 자기 주식을 직원에게 공짜로 주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대주주가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한 직원에게 회사를 대신해 자신의 주식을 보너스나 성과급으로 지급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최병철 창원대 세무학과 교수(회계사)는 “대주주인 방 대표가 보유 주식을 회사에 무상으로 증여하고, 회사가 이렇게 넘겨받은 자기 주식(자사주)을 다시 종업원에게 노동의 대가로 제공하는 거래로 여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BTS 멤버 주식 증여액 500억, 회사 비용으로 반영

(그래픽=김정훈 기자)


문제는 이 경우 최대 주주의 주식 증여액을 회사의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빅히트엔터의 올해 영업 비용에 방 대표의 BTS 멤버 주식 증여액 최소 500억원이 추가되는 셈이다. 빅히트엔터의 올해 상반기(1~6월) 영업이익은 498억원이다. 만약 BTS 멤버 주식 증여액을 고스란히 올해 영업 비용으로 반영하면 상반기 흑자를 다 까먹고 연간 이익도 지난해보다 대폭 감소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주식시장 상장 첫해에 ‘어닝 쇼크’(시장 예상을 크게 밑도는 실적을 기록하는 것)를 낼 판이다.

이 때문에 빅히트엔터 측도 방 대표의 주식 증여액을 일단 BTS 멤버의 전속 계약금과 같은 무형자산으로 반영하고, BTS 계약 기간 (2024년까지) 동안 해마다 나눠서 비용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소속 연예인에게 지급하는 전속 계약금은 회계 기준상 회사의 자산으로 반영해 계약을 맺은 연예인의 전속 활동 기간 동안 해마다 일정액을 나눠서 비용으로 반영할 수 있다. 올해 한 번에 500억원대 비용을 떨구지 않고, 가능하면 4년에 걸쳐 매년 100억원가량씩을 비용으로 반영하겠다는 얘기다.

실제로 빅히트엔터는 증권 신고서에서 “최대 주주의 주식 증여액이 자산 인식 요건을 충족하면 자산으로 반영하고 그 외의 경우 비용으로 인식할 예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실제 자산 처리가 가능할지는 여러 조건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이처럼 주식 보상 비용이 대거 발생해도 회사의 재무 상황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재무제표에는 손실액이 반영되지만, 주식 보상 비용은 실제 회사의 현금 지출과는 무관한 ‘회계상의 비용’이기 때문이다.

BTS와 기존 주식보상 계약 취소…방대표 개인 증여로 변경

지난 1일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지를 붙인 KTX 열차가 서울역에 정차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시혁 대표는 왜 상장 첫해 회사의 실적 악화를 무릅쓰면서까지 BTS 멤버에게 대규모 주식을 증여하기로 했을까.

증권 신고서의 재무제표 주석을 보면 ‘힌트’가 있다.

원래 BTS 멤버들은 빅히트엔터 측과 별도의 주식 보상 약정을 맺고 있었다. 주식 보상 거래는 통상 회사가 직원에게 일한 대가로 주식이나 스톡옵션 등을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올해 7월 기존 계약을 취소하고 방 대표 개인의 주식을 무상 증여받기로 새 계약을 맺었다. 빅히트엔터는 “회계상 주식 보상으로 간주되는 약정을 취소한 것이며 스톡옵션을 제공한 적은 없다”면서도 “계약의 세부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방 대표가 BTS 멤버들에게 약속한 기존 보상을 대신해 통 크게 최대 주주이자 사장인 자신의 개인 보유 주식을 상장 직전 내어준 셈이다.

회사 측은 증권 신고서를 통해 “이번 방 대표의 주식 증여는 BTS 멤버와의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사기를 고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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