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일까 독일까.
북한의 ‘침묵’을 두고 하는 말이다.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7월 1일) 등을 계기로 존재감을 드러내던 북한의 모습도 올해는 찾아볼 수 없다. 경제난 해소, 간부 단속 등 사실상 ‘내치’에 올인하는 분위기만 감지된다.
북한의 속내와 향후 행보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대북 전문가들의 해석은 엇갈린다. 통일부 폐지론까지 등장한 상황에서 임기말 문재인 정부의 동력상실을 고려해 북한 패싱(무시)이 계속될 것이란 분석과 함께, 정권 교체 시 북한에 유리할 게 없는 만큼 대화에 나설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 뒤에 숨어 대외 상황을 탐색 중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언제쯤 ‘짠’ 하고 등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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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미국이 최대 명절로 기념하는 독립기념일인 지난 4일에 무력시위나 대미 대남 비방 담화 없이 ‘고요한 하루’를 보냈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인민들이 절실히 바라는 문제 해결에서 혁신을 일으키는 것은 새로운 전진의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한 필수적 요구”라며 경제난 타개에 필요한 단합만 연일 되뇌었다. 북한의 마지막 대외 메시지는 “대화는 없다”고 밝힌 김 부부장과 리선권 외무상의 지난달 연속 담화였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과거부터 이어져온 전형적인 벼랑 끝 전술이다. 더 이상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되면, 남측을 철저히 무시한 채 협상판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도발 등으로 긴장 수위를 한껏 끌어올려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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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북한은 과거처럼 한국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채 중국과 밀착해 미국을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다만 북한식 버티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코로나19를 고리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남북 협력구상을 제안해왔으나 북한은 무시(패싱)해왔다. 대선 국면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사실상 좌초 위기에 놓였다는 전망이 나온다.
급기야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통일부 폐지론’까지 나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불붙인 통일부 무용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협상전에 나서려했던 김정은 위원장도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정부 측 전직 고위 관계자는 “통일부 폐지론까지 나온 마당에 북한의 문정부를 향한 패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노무현 정부 당시 10·4 선언이 정권교체로 인해 동력을 상실한 경험을 갖고 있는 북한은 문재인 정부의 잔여임기 내 남북 간 주요합의를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의 고요…8월 한미연합훈련 가늠자
다만 일각에서는 내년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할 경우 대북지원이나 인권에 민감한 북한 측면에서도 유리한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북한도 고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다른 정부 측 관계자는 “북한이 아예 대화의 문을 닫고 있는 것은 아닌 만큼 문정부가 미국과 협상해 얼마나 당근책을 내놓을 수 있느냐에 따라 북한의 반응을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화 재개와 무력 대응 등 북한의 방향성을 가늠할 첫 무대는 8월 예정된 한미연합연습이 될 거란 관측이 많다. 한미가 훈련을 강행하면 도발 카드를 다시 꺼내 들 가능성이 있다.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내치에 집중하며 대외관계에는 호흡을 길게 두고 있지만 한미연합훈련을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이라며 “내부 경제가 희생되더라도 정치적 공간 확보를 위해 무언가 행동에 나설 여지가 있다”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