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30억 년 전 처음 생명체가 출현한 이후 캄브리아기까지 지구상에는 매우 단순한 생물종만이 존재했다. 대부분 단세포 동물이거나 다세포라 하더라도 해저를 기어 다니거나 수중을 부유하면서 주변의 유기물을 흡수하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25억년 동안 잠잠하던 지구상에 5억 4천만 년 전 갑작스러운 대변화가 일어났다. 수만 종의 새로운 생명체가 예고도 없이 갑자기 출현한 것이다. 더구나 당시 번성했던 생물종의 모습은 오늘날의 생물종과 너무 달라 분류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런데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일으킨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정리된 것이 없다. 기후변화부터 외계 생명의 지구 불시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설이 제기됐지만 현재 어느 정도 학계의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은 수중의 산소량 증가와 시각의 발달 정도이다.
시각 역시 마찬가지이다. 캄브리아기 이전에 이미 시각 기능은 상당 수준 진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별다른 포식자의 위협이 없는 수중에서 주변의 유기물을 섭취하는 대부분의 생물종에게 시각은 별로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캄브리아기에 시각을 갖춘 빠르게 헤엄치는 포식자가 출현하자 적절한 방어 기능을 갖추지 못한 스펀지와 같은 동물들은 멸종할 수밖에 없었다. 살아남으려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단단한 외피나 창과 같이 날카로운 방어무기, 혹은 포식자보다 더 빨리 헤엄칠 수 있는 척추를 갖춰야 했지만 그 모든 것에 선행해서 포식자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각이 필요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시각이라는 테크놀로지가 공격 기능과 방어 기능을 폭발적으로 발전시키는 유도체가 된 것이다.
길고 긴 코로나 대유행의 터널을 지나오면서 벤처 업계는 캄브리아기 못지않은 대폭발을 경험하고 있다. 기술 정보 플랫폼 CB 인사이트에 의하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스타트업이 일으킨 펀딩은 180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스타트업 펀딩 최고 기록을 세운 2020년 한 해동안의 펀딩 총액 300 조원과 비교해도 스타트업 펀딩이 올해들어 두 배 이상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치가 1조 원 이상 되는 비상장회사를 가리키는 유니콘의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1분기에 새로 출현한 유니콘은 136개로 작년 한 해 동안 출현한 128개를 석 달 사이에 추월해버렸다.
캄브리아기처럼 지금 새로운 기술기업을 일으키기 가장 좋은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 침체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가 시중에 자금을 풀면서 벤처 투자 자금이 넘쳐나고 인공지능의 발달로 각종 서비스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고 있다.
캄브리아기처럼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맞아 아노말로카리스와 같은 기업을 만들지 피카니아와 같은 기업을 만들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