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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당국자들의 `강 건너 불구경`

10월부터 환율·금리 잇달아 불안 양상 보여
당국 "펀더멘털 이상무" 외칠뿐 미세조정 외면
우리경제 불안함 노출…당국자 책임 직시해야
  • 등록 2021-11-02 오후 1:00:31

    수정 2021-11-02 오후 4:05:15

[이데일리 이정훈 경제부장] “환율과 금리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습니다.”

기획재정부나 한국은행 등 이른바 `당국(當局)` 사람들이 늘 하는 얘기다. 환율은 외환시장에서, 금리는 채권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인 만큼 그런 주요 가격 변수에 대해 가타부타 얘기하는 건 당국자들에겐 금기다.

다만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이라고 해서 환율과 금리가 너무 급격하게 오르내릴 땐 당국이 개입하기 마련이다. 그 만큼 환율과 금리는 한 국가의 금융시장은 물론이고 국가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10월 들어 원·달러환율이 강력한 심리적 지지선이던 1200원을 깨고 올라간 데 이어 한 달도 채 안돼 이번에는 채권시장에서 기준(지표)이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년 만에 2% 위로 치고 올라가는 등 환율과 금리 변수가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적어도 거시경제의 안정적 관리에선 강한 자부심을 보여 온 현 정부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불안심리를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한 나라 경제 현실을 가장 예민하고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환율과 금리가 잇달아 약세를 보인 건 뭔가 불안의 징후가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홍 부총리 말대로 우리 경제 펀더멘털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이런 상황이 연출됐으니 상황은 더 심각하다.

더 큰 문제는 최근의 환율과 금리 상승과정에서 당국자들이 보인 미온적인 대응이다. 기재부는 환율 상승 초기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중국 헝다그룹 사태라는 대외 악재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 정도로 치부했고, 이후 환율이 더 뛰는데도 수급 상 요인이라며 대응하지 않았다. 그러다 1200원 돌파 직전에서야 구두 개입과 매수 개입에 나서며 호들갑을 떨었다.

이번 금리 상승국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국고채 금리가 오르는 걸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동조화 정도로 여겼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확장정책과 당국의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라는 우리 만의 악재가 금리 상승을 부추기는 데다 국내 기관들이 연말 유동성 관리와 손실 누적에 따른 부담으로 채권을 매수하지 못한다는 점을 제 때 인지하지 못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에 다 와서야 한은과 함께 허겁지겁 채권 발행물량을 조정했고, 2%를 넘자 긴급 바이백(조기상환)에 나섰다.

환율과 금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은 종합예술에 가깝다고들 한다. 그 만큼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환율과 금리를 언급하지 않는다는 금기를 지키려면, 평소 그 많은 변수를 감안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시장이 불안해지고 나면 어쩔 수 없이 개입이라는 이름으로 환율과 금리를 입에 올릴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말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녹록치 않다. 각종 정책을 팬데믹 이전으로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어떤 파장이 미칠 지 누구도 짐작할 수 없다. `당국`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을 직접 맡아 하는 기관`이다.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다가 이 쪽까지 불이 옮겨 붙고서야 움직이려 한다면 당국이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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