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금융 거래 해봤다' 4명 중 1명…외상 방식이 78%

한은, '북한 비공식금융 실태조사 및 분석·평가'
상거래신용 등 비공식금융 경험 비율 27.1%에 그쳐
가구당 금융부채 408달러…상거래신용이 78.6%
  • 등록 2020-07-03 오후 12:00:00

    수정 2020-07-03 오후 12:00:00

북한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이 지난 29일 쇼핑객들로 붐비는 평양 제1백화점의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북한에서 개인간 신용대출 등 비공식금융의 규모는 중국이 경제개발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수준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에서 비공식금융을 이용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4명 중 1명 수준에 그치고, 그 방식도 외상 거래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북한 비공식금융 실태조사 및 분석·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 상거래신용, 금전대차, 계 등의 비공식금융 활동을 경험한 가계 비율은 27.8%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2년 이후 탈북한 북한 이탈주민 212명(북중접경지역 107명·내륙 시지역 65명·내륙 군지역 40명)을 대상으로 지난 2018년 10월 15일부터 2019년 12월 31일까지 설문조사를 통해 가계가 보유한 비공식금융 자산 및 부채 잔액 등을 조사한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북한주민들은 2012~2018년 평균잔액 기준으로 가구당 1761달러의 금융자산을 보유했다. 현금보관액이 1310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이어 도매상과 소매상, 소매상과 소비자 사이에서 이뤄지는 외상매출금을 나타내는 상거래신용이 389달러로 뒤를 이었다. 이어 개인간 돈을 빌려주거나 빌리는 금전대차가 54억달러, 일정 금액씩 저축하고 순번에 따라 목돈을 받는 계가 8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가구당 평균 금융부채는 408달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상거래신용이 321달러로 금융부채의 78.6%를 차지했고 이어 금전대차가 79달러, 계가 8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이주영 한은 북한경제실 연구위원은 “자금 수요자의 신용상태를 알 수 없는 북한의 경우 장마당의 유통상인들이 상거래를 통해 축적한 정보를 활용하는 상인간의 ‘상거래신용’이 전체 금융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금전대차의 경우 지인들간 담보 없이 신용에 기반한 거래가 주를 이뤘다. 친척이나 친구에게 돈을 빌린 경우가 32.5%, 유통상인에 돈을 빌린 경우가 31.2%로 나타났고 대부업자에 돈을 빌린 경우는 10.4%에 그쳤다. 또 신용대출의 비중이 67.5%로 담보대출(32.5%)의 두배를 웃돌았다. 이 연구위원은 “금융자산 등 담보적격 재산이 부족한 데다 주택은 대체로 국가소유로 돼 있어 담보로서의 기능이 제한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금전대차의 용도로는 유통업이 61%로 가장 많았고 일반소비자금(14.3%), 식량조달(9.1%), 뇌물제공(7.8%) 순으로 뒤를 이었다. 금전대차가 유통상인들이 장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또 취직이나 군대배치 등을 위해 통상 100~300달러의 뇌물이 소요되는데 이를 금전대차를 통해 조달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이같은 비공식금융 규모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 등 경제개발을 본격화한 2001년 수준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중국의 가구당 비공식금융 규모는 3300달러로 북한(408달러)의 8배를 웃돌았다. 북한의 비공식금융 규모는 이보다는 구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 초기 수준과 유사했다. 1986년 구소련의 비공식금융 규모는 가구당 228억달러 수준이었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의 비공식금융 규모는 아직 매우 작은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비공식 금융거래의 목적 역시 상거래활동 지원이 대부분이고 생산자금 비중은 매우 낮아 생산활동의 활성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북한 가계의 금융자산·부채 규모. (자료=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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