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순익 줄어도 2년 연속 4천억대 배당잔치…카스 판 돈 몽땅 해외로

2014년 재인수 후 격년 배당하다 2020년부터 매년 배당으로
2019년 4390억 배당, 실적악화에도 2020년 또 4000억
2019년부터 3년간 1조 투자계획…2년간 겨우 1200억
올해 유흥업소 맥주가격 나홀로 인상 불매운동도
  • 등록 2021-04-12 오전 11:39:09

    수정 2021-04-12 오후 9:59:28

[이데일리 김보경 김무연 기자] 오비맥주가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악화에도 2년 연속 4000억원대의 배당금을 모회사인 벨기에 주류회사 앤하이저부시 인베브(이하 AB인베브)에 지급했다. 그동안은 2년에 한 번씩 배당을 하다가 지난해부터 매년 배당으로 바꿔, 2019년과 2020년도 두 해에만 8390억원의 배당금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반면 2021년까지 1조원을 한국 시장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오비맥주 ‘카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해 배당금 4000억원을 지급했다. 오비맥주의 모회사인 AB인베브는 오비맥주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배당금은 모두 AB인베브가 가져간다.

한국서 2700억 순익 거둬 4000억 해외로 배당

오비맥주는 2014년 AB인베브의 재인수 이후 2년마다 수천억원의 배당금을 AB인베브에 지급했다. 재인수 첫해인 2014년도에는 배당을 하지 않고, 2015년 3700억원, 2017년 3450억원, 2019년 4390억원을 배당했다. 특히 최근에는 순이익보다도 더 많은 금액이 배당금으로 지급됐다. 국내에서 카스를 팔아 벌어들인 돈 보다 더 많은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

지난해에는 전년 당기순이익(2743억원)보다도 1000억원 이상 많은 금액을 배당했다. 2019년에도 전년 당기순이익(3805억원)보다 584억원을 더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배당성향도 2017년 105%에서 지난해 146%로 급증했다.

2014년 4월 AB인베브가 사모펀드KPR에서 오비맥주를 58억달러(당시 환율 기준 6조1700억원)에 재인수한 후 지난해까지 총 1조 5540억원을 배당금으로 가져갔다.

오비맥주는 그동안 고배당 논란에 대해 ‘격년 배당’이 이유라고 해명해 왔다. 2년에 한 번씩 배당을 하기 때문에 금액이 커 보이는 것일 뿐 실제로는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2019년과 2020년 연이어 배당을 하면서 이런 격년 배당 원칙도 깨졌다.

모회사 막대한 부채 부담, 매년 배당으로 바꿔

오비맥주 관계자는 “격년으로 배당한다는 ‘룰’은 없었다”며 “본사인 AB인베브가 인수합병(M&A)에 투자한 돈이 많아 자금사정이 어렵기 때문에 올해도 배당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당분간 이런 추세(매년 배당)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세계 1위 맥주기업인 AB인베브는 2016년 세계 2위 맥주기업인 사브밀러를 인수했다. 그 과정에서 대규모 차입금이 발생, 지난해 기준으로 부채가 1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오비맥주는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음에도 해마다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2019년에 이어 지난해에 실적이 꾸준히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 3529억원, 당기순이익은 1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2%, 41.6% 감소했다. 2019년에도 매출액 1조 5421억원, 당기순이익 2743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9.2%, 27.9% 줄었다.

경쟁사인 하이트진로가 맥주 시장 1위 탈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할 오비맥주가 고배당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 비판받는다. 오비맥주는 2012년 이후 주류 시장에서 맥주 부문 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하이트진로가 테라를 필두로 반격에 나선 상황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매출액 2조 2563억원, 영업이익 1985억원을 기록하며 2011년 하이트맥주·진로 합병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맥주 부문 전체 판매량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시장 축소에도 불구하고 2019년 대비 12% 증가했고, 가정 시장은 판매율이 23% 이상 성장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를 맥주 1위 탈환의 원년으로 삼을 정도로 점유율 확대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대주주 챙기고 한국 투자는 찔끔·가격도 인상

AB인베브는 반복되는 고배당에도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가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자 2019년에 2021년까지 3년간 한국 시장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2년동안 재무제표상 확인된 투자금액은 1200억원 뿐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2021년까지의 투자계획으로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며 “재무제표에는 시설투자 금액만 확인이 되지만 연구개발(R&D)과 마케팅 비용 등 무형의 투자금액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비맥주는 올해들어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가격을 올렸다. 오비맥주는 최근 카스 330㎖ 병 출고가를 845.97원에서 857.47원으로 11.5원 인상했다. 카프리 330㎖ 병 출고가는 1106.08원에서 1121.12원으로 15.04원 올렸다. 330㎖ 병은 일반 음심점이 아닌 유흥업소에서 취급하기 때문에대주주에겐 고배당으로 이익을 보장하면서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유흥업자들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오비맥주로서는 세금 인상 분을 반영한 부득이한 결정이라고 설명하지만 일선 유흥업소에는 가격 인상에 반대해 카스 및 카프리의 불매 운동에 들어간 상황이라 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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