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망은 공짜”라는 넷플릭스…재판 결과 '인터넷 산업' 후폭풍

미국 법원, 요금인상 우려로 ‘망 대가 부과 정당하다’ 판결
돈내야 하는 접속이 아니라는 넷플릭스…실제는 직접 접속
넷플릭스 승소시 대형 CP와 글로벌 CDN만 유리해져
  • 등록 2021-06-20 오후 6:23:08

    수정 2021-06-20 오후 11:21:10

[이데일리 김현아 노재웅 기자]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오는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0민사부(김형석, 박상인, 김태진)가 ‘세기의 재판’ 결과를 내놓는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망 대가를 낼 필요가 없다)’ 소송의 선고가 이뤄지는 것이다.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는 이유는 재판 결과에 따라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요금이 오를 수 있고 인터넷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이다.

미국 법원, 요금인상 우려로 ‘망 대가 부과 정당하다’ 판결

앞서 2020년 8월 14일 미국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은 기업경쟁력연구소(CEI)와 차터커뮤니케이션 가입자가 연방통신위원회(FCC)를 상대로 제기한 차터 인가조건 무효 행정소송에서 CEI와 차터 가입자 승소 판결을 내렸다. FCC는 차터가 타임워너케이블, 브라이트하우스네트워크를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차터에 넷플릭스 같은 CP에게 망 이용대가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인가 조건을 부과했는데, 법원이 ‘이 인가조건을 취소하라’로 판결한 것이다. 미국 법원은 통신사의 CP에 대한 망 이용대가 부과는 정당하고, 일반적인 거래 관행이라고 판시했다. 미국 법원이 차터 가입자(원고) 손을 들어준 것은 차터가 CP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지 못하면 최종 이용자들의 인터넷 요금이 인상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이다. SK브로드밴드의 전용회선을 쓰는 넷플릭스가 망 대가를 낼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받는다면, 다른 전용회선·IDC 이용 CP들도 망 대가를 내지 않으려 할 것이다. 업계에선 2019년 기준으로 유선 통신사의 초고속인터넷 매출이 4조7000억 원, CP로부터의 매출이 1조7400억원(전용회선 4400억 원, IDC 1조 3000억 원)정도임을 고려했을 때, 최대 40%까지 소매요금(초고속인터넷요금)이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돈내야 하는 접속이 아니라는 넷플릭스…실제는 직접 접속

이 재판은 지난해 4월 넷플릭스가 시작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정을 넷플릭스가 거부하면서 시작됐으며, 3차례 변론 이후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변론 과정에서 넷플릭스는 △처음에는 망중립성 원칙에 따라 망 이용은 무상이라고 주장하다가 △접속은 유상, 전송은 무상이라고 논리를 바꾸더니△마지막 공판에서는 인터넷 접속이라 하려면 글로벌 연결성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바꿨다.

SK브로드밴드는 △망중립성은 콘텐츠를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이고 △국내외에서 접속과 전송을 구분한 사례는 없으며(캘리포니아주법만 예외)△접속의 유형은 다양하고 그 중 직접접속의 방식으로 SK브로드밴드의 전용회선을 이용하니 대가를 내라고 반박했다.

넷플릭스 측 소송대리인인 오상진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는 “전 세계적인 연결성을 제공하지 않으니 접속이라 할 수 없어(전송이어서)무상”이라고 주장하나, 다른 기간통신사(ISP)를 거치지 않고 SK브로드밴드의 국제회선과 직접 접속한다는 점에서 ‘접속’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조대근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는 “넷플릭스(CP)가 SK브로드밴드(ISP)에 액세스해서 ISP 가입자까지 콘텐츠를 전달하는 데 필요한 요금은 접속료(Access fee)에 해당한다”며 “이는 넷플릭스가 컴캐스트에 지불한 것과 동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넷플릭스 승소 시 대형 CP와 글로벌 CDN만 유리해져


글로벌 연결성을 보장해야 접속이라는 넷플릭스의 논리는 △트랜짓(Transit) 방식 △페이드 피어링(Paid Peering) 방식 △혼용방식 등 현존하는 다양한 인터넷 접속의 유형을 무시한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미국과 홍콩의 넷플릭스 OCA(콘텐츠전송네트워크를 내재화한 것)에서 한국으로 연결할 때’의 구조는 국내 CP의 국내 망 접속과 같은 방식이어서, 넷플릭스 승소 시 국내 인터넷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넷플릭스처럼 규모가 큰 CP들은 협상력의 우위를 무기로 망 대가를 내지 않겠다고 선언할 수 있고, 아마존웹서비스(AWS)나 아카마이(Akamai) 같은 글로벌 CDN(콘텐츠전송네트워크)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반면, 중소 CP들은 글로벌 CP들의 망 비용까지 떠안을 우려가 크다.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콘텐츠를 개발하거나 자신의 아바타가 존재하는 가상세계인 메타버스(metaverse)를 개발하는 스타트업들도 초고화질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김상택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넷플릭스의 콘텐츠들은 대량의 트래픽을 발생시킨다는 특징을 갖는데 트래픽을 더 많이 발생시키는 글로벌 CP가 우월적인 협상력을 활용해 정당한 대가 지급을 거부하면 일반적인 국내 CP들은 우월적인 협상력을 가지지 못했다는 이유로 글로벌 CP의 비용까지 떠안게 돼 인터넷망 이용시장에 중대한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꼼짝 마
  • 우승의 짜릿함
  • 돌발 상황
  • 2억 괴물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