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올해의 단어 `부시`

  • 등록 2004-12-27 오후 4:59:16

    수정 2004-12-27 오후 4:59:16

[edaily 하정민기자] 연말이 되니 `올해의 단어`를 통해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려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미국에서는 `블로그(Blog)`, 일본에서는 자연재앙을 뜻하는 `재(災)`, 한국에선 정치 상황을 실감나게 묘사한 `당동벌이(黨同伐異 같은 무리와는 당을 만들고 다른 자는 공격한다)`등이 각각 올해의 단어로 뽑혔습니다. 그러나 국제부 하정민 기자는 누가 뭐래도 올해의 단어는 `부시`이며 이는 올 한해 국제 정세가 그만큼 불안하고 위태로왔다는다는 뜻이라고 평가합니다. 국내외 유수 언론이 뽑은 올해의 세계 주요 뉴스 중 1위는 단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재선입니다. AP통신이 선정한 올해 10대 주요 뉴스 중 상위 5위 안에는 부시와 연관있는 뉴스가 무려 4개나 뽑혔습니다. 미국 대선이 1위, 이라크 전쟁이 2위, 이라크 포로학대가 4위, 911 보고서 파문이 5위로 모두 부시와 뗄레야 뗄 수 없는 뉴스들입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도 올해의 인물로 부시 대통령을 선정했습니다. 그러나 올해의 뉴스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는 것이 반드시 좋은 의미만은 아닙니다. 타임은 부시의 선정 이유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사람이기 때문`임을 강조했습니다. 타임은 부시를 두고 "자신의 목표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적을 만들더라도 개의치 않고 자신과 국가의 명운을 거는 도박꾼"이라고 평했습니다. 또 "지난 2000년 부시가 `분열이 아닌 단합`을 약속하며 대통령이 됐지만 이제 `타협의 종말`을 두번째 임기의 유산으로 남길 것"이라며 부시의 독단적 성향이 초래할 부작용을 우려했습니다. 굳이 타임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부시 대통령만큼 열렬한 지지와 혐오를 한 몸에 받은 인물은 흔치 않습니다. 특히 미국 외부에서 부시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야말로 차갑기 그지없습니다. 부시를 다시 대통령으로 선택한 미국인들의 결정이 잘못 됐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부시로 인해 국제 사회에 갈등과 반목이 팽배해졌고 그가 의도적으로 이를 조장하고 있다는 점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과정의 외교안보 논쟁이 선거를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시인했습니다. 타임이 부시를 도박꾼이라고 평가한 것도 그래서였겠죠. 미국의 외교 정책이 세계의 진로와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대에 "자신의 목표를 위해 국가의 명운을 거는 도박꾼"이 미국 대통령이라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방법을 통해 부시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은 달성했는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파생한 반미 감정의 대가는 언젠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 분명합니다. 종전 선언 이후 전쟁 당시보다 더욱 위태로워진 이라크 사태가 이를 증명해줍니다. 종전 이후 이라크 내 민간인 사망자는 공식 집계로만 1만명이 훌쩍 넘었고 미군 사망자 역시 1300명 이상입니다. 무장단체의 계속되는 테러, 잇따른 외국인 인질 피랍과 살해, 총선을 앞둔 정치사회적 불안감 등 실제 전쟁보다 더 격렬하고 잔혹한 전투가 기약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승리자인 미국도 막대한 전쟁비용과 국론분열로 후유증을 앓고 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치솟고 있는 반미감정이 경제 영역으로 전이됐다는 주장까지 나옵니다.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미국의 `깡패 국가(Rogue State)` 이미지가 달러가치 급락을 초래한 주 원인"이라며 "부시 대통령이 독단적이고 일방주의 정책 노선을 고집하는 한 달러 가치가 반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부시가 북한, 이란, 쿠바 등을 깡패 국가라고 지적하지만 진짜 깡패 국가는 부시 자신이요, 미국이라는 통렬한 비판입니다. 아무도 지금의 미국이 수퍼 파워를 지닌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임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미국을 둘러싼 국제 사회의 시선은 갈수록 차가워지고 반미(反美)를 외치는 함성은 높아져만 갈까요. 국제정치학계의 대표적인 자유주의 이론가이자 클린턴 정권에서 국방차관을 지낸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이를 `소프트 파워(soft power)`의 종말에서 찾습니다. 그는 미국의 힘을 군사력과 경제력을 앞세운 `하드 파워`, 문화와 정책의 정당성을 의미하는 `소프트 파워`로 규정한 뒤 다른 나라의 마음을 사로잡는 미국의 매력이 소멸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나이 교수는 제2차 대전 후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가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적절히 혼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러나 오만에 빠진 부시 정권이 하드 파워에만 의존한 채 더욱 강력한 힘을 지닌 소프트 파워를 경시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집권 후 세계 모든 국가를 `친구 아니면 적`이란 개념으로 양분한 채 적은 무조건 군사력으로 제압해야 한다고 밀어붙이는 부시에게 꼭 맞는 지적입니다. 재선에 성공한 부시 대통령이 더이상 자신의 정치적 도박을 위해 국제 사회를 볼모로 삼지 않기 바라는 사람은 저 하나 뿐이 아닐 겁니다. 미국의 오만이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물론 미국 스스로도 위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르타고를 멸망시킨 로마에서 보듯 외부의 적이 없는 절대 강자가 스스로의 오만때문에 무너진다는 점은 역사가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미국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경구를 인용, 부시 정권에게 충고를 보내는 나이 교수의 말을 되새겨 봅니다. "큰 몽둥이를 가지고 있으니 이제 부드럽게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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