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토에버 합병…정의선 회장 신사업 `베팅` 통할까

정의선 회장 체제 두달만에 발빠른 개편작업
오토에버 중심 SW 3사 합병…지분 희석 최소화
정 회장, 보스톤 다이내믹스 지분 2400억 직접 투자
  • 등록 2020-12-15 오전 11:01:00

    수정 2020-12-16 오전 10:03:09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지난 10월 정의선 회장 체제로 공식 전환한 현대차(005380)그룹이 신사업분야 투자와 합병 등 정 회장 지배력 확대에 발빠르게 나서 눈길을 끈다.

특히 정의선 회장의 지분이 높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오토에버 등을 활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정 회장이 직접 보스톤 다이내믹스 인수에 24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면서 향후 그룹 지배력 확대를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의 미래 신사업 직접 투자의 카드가 과연 의도한 결과를 만들어 낼 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현대오토에버, SW 계열사 흡수합병

지난해 4월 현대오토에버 상장 당시 정의선 회장 지배력 확대에 활용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상장 후 현대오토에버 주가가 10만원 수준으로 공모가(4만8000원)의 2배 수준에 이르자 그룹은 지난 11일 현대오토에버를 중심으로 한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 등 소프트웨어 3사 합병을 발표했다. 단 현대오트론 반도체부문은 현대모비스로 이관된다. SW 계열사 합병은 그룹내 차 부품 등 일부를 제외한 자율주행, 모빌리티, 클라우드 등을 통합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합병 전후 정의선 회장의 지분율은 9.57%에서 7.44%로 2.13%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칠 전망이다. 현대오토에버(307950)의 합병전 기업가치는 1조9400억원 수준이지만, 합병 이후엔 2조5000억원(주당 신주발행가 9만2237원 기준)이상으로 예상된다.

만약 공모가를 기준으로 합병가치를 산정했다면 현대오토에버의 기업가치는 1조원으로 현재의 절반(48%)에도 못 미친다. 이 경우 엠엔소프트와 오트론 가치가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현대오토에버가 합병을 위해 발행해야 할 신주는 현재(601만여주·발행주식대비 28.63%)보다 2배가량 늘어나고, 정 회장 지분율은 당초 9.57%에서 5%대로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현대오토에버 상장이 정 회장의 그룹내 지배력 확보를 위한 실탄으로 쓰일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주가 등을 감안해 합병을 결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정의선 회장은 현대오토에버 상장시 보유지분의 절반인 201만주를 매각해, 965억원의 현금을 챙겼고, 잔여지분에 대한 965억원의 평가익을 기록했다. 정 회장의 현 지분가치(14일 종가기준)는 2241억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현대오토에버는 14일 9.31% 오른 11만1500원으로 최근 4거래일간 22.26% 급등한 상태다. 합병을 위한 기준주가 산정 시 사용되는 최근 한달(8만4274원), 최근 일주일(9만3937원), 최근일(9만8500원) 종가 역시 우상향 추세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대오토에버 주가가 연 저점 대비 5배 가까이 급등하며 흡수합병이 용이해졌고, 합병 증자를 최소화한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합병신주발행이 늘어날수록 기존 오토에버 주주의 보유지분 가치는 희석되기 때문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정의선, 보스톤 다이내믹스에 2400억 출자 `베팅`

정 회장은 인수합병(M&A)에 있어서도 미래 신사업 투자에 ‘직접’ 나서며 실탄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일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미국 로봇업체인 보스톤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9560억원(88억달러)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인수주체는 현대차(005380) 30%, 현대모비스(012330) 20%, 정의선 회장 20%, 현대글로비스(086280) 10% 등이다. 그룹 주요 계열사와 함께 정 회장이 직접 인수주체로 나선 게 눈에 띈다. 정 회장의 투자금액만 2390억원이다. 잔여지분 20%를 가지고 있는 소프트뱅크는 상장 시 혹은 4~5년이후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로봇사업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소프트뱅크에 풋옵션 권리를 부여한 만큼 4~5년내 회사를 키워 미국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인수 주체에서 기아차(000270)가 빠지고, 현대글로비스와 정의선 회장이 참여했다는 게 특이점”이라고 짚었다.

기업 지배구조상 대주주의 지분 보유가치 극대화를 통해 추후 기업 지배구조 변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보스톤 다이내믹스 인수에 10%를 투자한 현대글로비스(086280).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 23.29%(873만여주)에 관심이 쏠린다. 14일 종가(18만8000원)기준 정 회장의 글로비스 지분가치는 1조6417억원에 달한다.

정의선 회장은 2001년 2월 그룹내 물류를 전담할 현대글로비스에 30억원을 투자해 60%의 지분을 확보했다. 현대오토에버는 2000년 오토에버닷컴으로 출발, 정 회장이 지분 35%를 보유하고 있었다.

현대오토에버는 설립 초기 인터넷을 통한 자동차 부품 전자상거래, 중고차 경매사업을 벌이다가 주력사업을 계열사들의 시스템통합(SI) 사업으로 전환하며 성공한 케이스다. 과거 글로비스와 오토에버는 총수일가 지분이 30%를 넘는 상장사(비상장은 20%)로 그룹내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대상에 올랐다.

최근 공정거래법 개정(상장·비상장 모두 지분 20% 이상)으로 글로비스는 현재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 해당해 총수일가 지분을 팔거나 그룹내 연매출 비중을 12% 이하로 줄여야 하지만 그룹내 비중이 70%를 넘어서는 만큼 지분 매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정 회장 등은 지배구조 개편시 여타 계열사 지분 매입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지배구조 개편의 ‘키’ 모비스·현대차

현재 정의선 회장의 현대차와 기아차 지분율은 각각 2.6%, 1.7%에 그치는 만큼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오토에버, 그리고 이번 보스톤 다이내믹스 투자 등을 지렛대로 그룹 지배력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18년 3월 현대모비스(012330)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한 뒤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추진했지만,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등의 반대로 철회한 바 있다.

금투업계에서는 현대모비스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이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보스톤 다이내믹스 출자 결정이 정 회장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 지 관심이 쏠린다. 9월말 기준 정의선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0.32%에 그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그룹의 M&A 를 통해 사업구조 재편의 중심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임을 보여주고 있다”며 “현대모비스가 오트론의 반도체사업부를 인수한 것은 자율주행 레벨 3 구현을 위한 핵심기술을 주도적으로 개발한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유안타증권은 △현대모비스를 인적 분할해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고 △기아차와 현대제철(004020)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주사 지분을 대주주가 인수한 뒤 △대주주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지주사에 현물 출자해 지주사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하다고 예상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지주사 전환 수혜는 현대차, 현대모비스”라며 “현대모비스가 분할해 지주사가 될 경우 현대차 주가가 10% 상승할 때마다 최대주주 일가는 모비스홀딩스 지분 약 2.0%포인트를 추가로 확보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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