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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이런 회의는 금감원 은행담당 임원이 주재하고 ‘빅5’ 은행의 여신(대출) 담당 임원이 참석하는 게 관례다. 빅5 은행이 전체 은행을 대표해 금감원과 논의를 한 뒤, 그 자리에서 결정된 방안을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하는 구조다.
그런데 이날 회의에서 빅5 은행 외에도 은행권 막내인 카카오뱅크에서 대출을 총괄하는 이형주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가 참석했다. 그간 금융권의 관례에 비춰보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관례 깬 금감원의 카뱅 호출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지난달 말 신용대출 잔액은 14조7000억원이다. 잔액이 평균 20조~30조원 수준인 5대 은행보다는 작은 수준이지만, 이제 4년차 은행으로서는 눈부신 성적표다. 수십년 영업을 한 중소형 은행이나 지방은행도 가뿐히 제쳤다.
속도 너무 빨라..카뱅이 원흉?
한편으론 카카오뱅크가 신용대출 시장에 불을 질렀다는 ‘원죄’가 고려됐다는 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카카오뱅크는 빠르고 간편한 심사를 앞세워 모바일 신용대출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은행 창구 한번 들르지 않고 몇 분 만에 수 천만원의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할 수 있어, 신용이 탄탄한 직장인 사이에서는 ‘카뱅 마통’이 유행이 되다시피 했다.
카카오뱅크의 공격적인 움직임에 위협을 느낀 시중은행도 경쟁적으로 비대면 대출에 뛰어들면서 금리와 한도경쟁이 더 심해졌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최근에는 곳간을 채운 케이뱅크까지 가세해 신용대출뿐 아니라 아파트 담보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 경쟁으로 불길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대출이 급증한 데는 다양한 요인이 있다”면서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은행 등장 이후 저비용 구조를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신용대출 늘리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줬다”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의 강력한 경고를 받자마자 시중은행은 발 빠르게 신용대출 속도 늦추기에 돌입했다. 우대금리 혜택을 줄이고 한도도 낮추는 방식을 통해서다. 최고 200%에 이르던 일부 전문직의 연소득 대비 신용대출 한도도 줄일 방침이다.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이런 이례적 모습을 더 자주 목격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인터넷은행과 핀테크의 성장 속도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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