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채플 수강 강요하는 대학교, 종교의 자유 침해"

대체과목 추가 개설 및 대체과제 부여 권고
비신앙 학생 위해 수강거부권 인정 노력 필요
  • 등록 2022-07-21 오후 12:00:00

    수정 2022-07-21 오후 12:00:00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대학교에서 대체과목 없이 기독교 계통의 학교 등에서 행하는 예배모임인 ‘채플’ 수강을 강요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인권위는 A대학교 총장에게 소속 학생의 종교의 자유 등을 침해하지 않도록 채플 대체과목을 추가로 개설하거나 대체과제를 부여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A대학교의 비기독교학과 재학생은 A대학교가 기독교 신자가 아닌 모든 학과 학생에게 강제로 채플을 수강하게 하고, 미수강 시 졸업이 불가능하도록 한 것은 학생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대학교 총장은 다른 종교 단체에서 설립해 경영하는 대학(종립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채플을 교양필수 과목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강의 내용을 문화공연, 인성교육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해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으며, 운영방식도 예배 형식을 취하지 않는 등 종교를 강요하는 요소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또 신입생 모집요강 등을 통해, 학교 선택 시 채플 이수가 의무임을 알 수 있도록 사전 안내를 충분히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A대학교의 채플이 비록 설교·기도·찬송·성경 봉독 등 예배의 형식을 취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기독교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종파적 종교교육에 해당한다고 봤다.

인권위 조사결과 A대학교의 채플 수업개요와 목표에 ‘기독교 정신 함양’, ‘기독교의 진리를 가르침’ 등으로 명시돼 있었다. 특히 채플의 13주차 주제가 ‘기독교 찬양예배’로, ‘기독교의 예배와 문화를 온전히 경험해 보는 시간’으로 구성했으며, 채플 강사가 외부에서 초빙된 목사 등으로 이루어진 점 등을 종합해 판단했다는 게 인권위 측 설명이다.

또 학생들이 A대학교에 입학했다는 사실이 곧바로 어떤 종교교육이라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표시라고 추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학생들이 입학 전에 채플 이수가 의무사항임을 알고 있었더라도 우리나라의 대학 구조상 사립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짚었다. 그중에서도 30% 이상이 종립대학이며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할 때 종립대학인지 여부는 대단히 유의미한 조건이 아니고, A대학교는 B과를 제외하면 종파교육과 직접 연관이 없는 일반학과로 구성돼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A대학교가 학생의 종교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을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A대학교와 같은 종립사립대학은 건학이념에 따라 종교교육을 할 수는 있지만, 종립대학도 공법상 교육기관이며, 교육 관계법의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 종파적 교육을 필수화할 때는 비신앙 학생들을 위해 해당 과목의 수강거부권을 인정하거나 대체과목을 개설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인권위는 “A대학교가 건학이념에 따라 사실상 종파교육인 채플의 이수를 졸업요건으로 정하면서 대체과목 및 대체과제 등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헌법 등이 보장하는 학생의 종교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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