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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하락 영향…일각서 ‘정점론’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8.5%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8.7%)를 밑돌았다. 전월인 6월(9.1%)과 비교해 0.6%포인트 큰 폭 완화했다. 1980년대 초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계속 이어졌다가, 한풀 꺾인 것이다.
전월과 비교한 상승률은 0.0%를 기록했다. CPI 지수가 변동이 없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물가 전반이 내려갔다. 에너지 가격은 전월 대비 4.6% 하락했다. 그 중 휘발유의 경우 7.7% 떨어졌다. 6월만 해도 10% 안팎 폭등했다가 크게 안정화했다. 중고차(-0.4%), 교통서비스(-0.5%), 의류(-0.1%) 역시 하락했다.
월가는 이날 물가 지표가 나오자마자 환호성이 터졌다. 시장을 괴롭혔던 인플레이션이 더는 치솟지 않았다는 안도감에서다. 일각에서는 8%대 상승률이 연방준비제도(Fed) 목표치인 2.0%를 훌쩍 넘기는 하지만, 현재 수준에서 물가가 안정화할 수 있다는 정점론까지 나왔다. 경기가 하강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차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예상이 다소 누그러졌다.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가 아니라 50bp 인상할 것이라는 확률이 더 높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9월 연준 기준금리가 자이언트스텝을 통해 3.00~3.25%로 올라설 것으로 보는 확률은 42.5%다. 빅스텝 확률(57.5%)보다 낮다.
이에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3.078%까지 떨어졌고, 이에 빅테크주를 중심으로 주가 강세 압력을 받았다. 애플(2.62%), 마이크로소프트(2.43%), 알파벳(구글 모회사·2.68%), 아마존(3.53%), 테슬라(3.89%), 메타(페이스북 모회사·5.82%), 엔비디아(5.92%) 등은 모두 상승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공식 약세장(베어마켓·직전 고점 대비 20% 하락)에서 벗어났다.
“인플레 끈질겨” 반박 목소리도 커
그러나 정점론을 거론하기는 이르다는 진단도 많다. 1년 전과 비교한 CPI 상승률 자체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8.5% 수준이면 1980년대 초에 견줄 만하다. 특히 지정학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유가가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7월 CPI가 예상을 밑돈 것은 유가 영향이 컸다. 아울러 미국 내 임금 인플레이션은 계속 고공행진하고 있다.
매크로폴리시 퍼스펙티브스의 로라 로스너-워버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CPI를 뜯어보면 여전히 임대료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은 끈질기게 남아 있다”고 말했다. CPI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가 전월 대비 0.5% 상승하며 오름세를 지속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식료품 가격(1.1%)도 폭등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주요 품목의 오름 폭은 더 크다. 휘발유(44.9%), 식료품(10.9%), 신차(10.4%), 교통서비스(9.4%), 주거비(5.7%) 등이 대표적이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이번 CPI로 인해 인상 경로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연준이 승리를 말하기에는 아직 멀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