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426일 세계 최장기 '굴뚝농성'…드디어 땅 밟는다(재종합)

노사, 7월 1일 공장 재가동 합의
11일 오후 굴뚝 두 농성자 땅 밟을 예정
차 지회장 "오늘 합의가 더 나은 길로 향하는 시작점"
김 대표 "원만한 합의…염려해주셔 감사"
  • 등록 2019-01-11 오전 11:21:58

    수정 2019-01-11 오전 11:22:47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장(왼쪽)과 김세권 파인텍 대표이사 내정자가 합의서에 서명한 후 교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굴뚝에서 농성을 벌이던 두 노동자가 426일 만인 11일 땅을 밟는다. 파인텍 노사는 이날 5명 노조원을 자회사에 고용하고 스타플렉스 대표가 파인텍을 맡아 경영하는 데 합의를 이뤘다. 전날 10일 오전 11시부터 약 20시간 20분 동안 진행된 ‘마라톤 회의’ 끝에 내린 결론이다.

이에 따라 홍기탁 전 파인텍 노조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은 세계 최장기 굴뚝농성을 마친 끝에 일터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마라톤 교섭 끝 결국 타결…두 노조원 집으로, 일터로

스타플렉스(파인텍)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행동은 “금속노조 파인텍지회는 홍기탁, 박준호 두 조합원의 조속하고 안전한 복귀와 범사회적 열망을 우선으로 10일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제6차 교섭에 최선을 다해 임했다”며 “그결과 11일 오전 7시20분 합의에 이르렀다”고 11일 밝혔다.

공동행동 관계자는 ”조합원 5명이 업무에 복귀하며 최소 3년간 고용을 보장받기로 했다”며 “자회사로 고용하며 모기업인 스타플렉스 대표가 파인텍을 맡아 운영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그는 또 “준비기간을 거쳐 7월 1일부터 공장을 재가동한다”라며 “노조원 5명은 올해 1월 1일부터 공장가동 전까지 6개월간 유급휴가로 100% 임금을 받는다”고 전했다

노사는 금속노조 파인텍 지회를 교섭단체로 인정하며 오는 4월 30일 전까지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데 합의했다.

노동자의 기본급은 최저임금에 1000원을 더한 금액으로 정하고,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최대 52시간이다. 추가 연장시간은 추후 합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노사는 민형사상 모든 소송을 취하할 방침이다. 노조는 집회와 농성을 중단하고, 시설물과 현수막을 자진 철거한다.

차광호 파인텍 노조지회장은 “합의안에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동지들을 생각해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며 “합의가 앞으로 좀 더 나은 길로 나아갈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는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며 “합의는 원만하게 한 것으로 생각한다. 염려해주셔 감사하다”고 밝혔다.

굴뚝 농성을 보이던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은 이날 오후 426일 만에 땅을 밟을 예정이다. 공동행동 관계자는 “현재 단식 중인 고공농성자들의 상태를 고려해 최단 시간 안에 안전한 복귀 방식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2010년 굴뚝 농성 이후 두 번째…세계 최장기 기록

이번 굴뚝 농성의 역사는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의 굴뚝농성은 차광호 지회장의 굴뚝농성에 이은 두 번째다. 스타플렉스는 2010년 스타케미칼(한국합섬)을 인수했다. 그러나 회사는 공장을 돌린지 얼마되지 않아 2013년 초 실적 부진으로 폐업한다며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차 지회장은 이에 대해 항의하며 2014년부터 2015년까지 408일간 경북 구미 공장 굴뚝에서 농성을 벌였다.

차 지회장의 농성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스타플렉스는 자회사를 세워 노동자를 고용하기로 했다.

파인텍은 스타플렉스 자회사 스타케미칼로부터 노동자들이 권고사직을 받은 뒤 노동자들이 반발하자 스타플렉스가 새로 세운 법인이다. 당시 회사와 노조는 새 법인을 세워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단체협약 협상 과정에서 상여금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은 지난 2017년 11월 12일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랐다. 사측은 당시 단체협약이 결렬된 이유에 대해 “늘 적자운영이었다. 흑자전환이 되려고 할 때마다 노조가 파업을 해 수익을 낼 수 없었다”며 “노조가 상여금 800%, 노조 사무실과 전임자를 둘 것 등 과도한 요구를 했다”고 해명했다. 노조는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얼마 되지 않는 임금을 받으며 최선을 다해 일했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파인텍이 결국 공장·설비·직원이 없는 페이퍼컴퍼니(Paper Company·서류형태로만 존재하는 회사)로 남아있다며 파인텍 공장 재가동과 남은 5명의 노조원을 스타플렉스에서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열병합발전소 75m 높이 굴뚝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소속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파인텍의 모회사 스타플렉스에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이행 등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평행선 달린 노사 간 교섭

두 노동자의 굴뚝 농성 사태가 장기화되자 지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408일간 굴뚝 농성을 벌였던 차 지회장이 지난달 10일부터 33일째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공동행동의 송경동 시인, 나승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 박승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등도 함께 단식에 동참하며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노사는 지난달 27일, 29일, 31일, 이달 3일, 9일 총 5번에 걸쳐 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회사와 노조 간 불신이 극에 달했다. 당시 노사는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에 반박·재반박하는 입장을 번갈아 내놓기도 했다.

사측은 “파인텍 노조원이 모회사인 스타플렉스에 들어오면 이 회사마저 없어질 수 있다”며 노조원 고용에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노조측은 “이미 과거 파인텍 운영을 통해 사측의 무책임한 경영과 노사합의 불이행을 경험해 똑같은 과거를 되풀이 할 수 없다”며 “파인텍과 같은 불행한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사측은 김세권 대표의 책임을 명시하는 대안을 제출해라”며 회사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공동행동 관계자는 “이후 공장이 폐쇄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와 노동자에게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에 대해 사측의 책임 안이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굴뚝농성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합의를 끌어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로에 대한 불신이 교섭 과정에서 번번이 도돌이표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굴뚝에서 지내며 몸무게가 50kg 이하로 떨어지는 등 건강이 악화된 두 노동자도 지난 6일 단식을 선언해 우려를 자아냈다.

하지만 마침내 11일 오전 노사가 전날부터 약 20시간 동안 진행한 6차 교섭 끝에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하면서 이번 노사 갈등을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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