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깡·고래밥·꽃게랑…유독 '물고기 과자' 많은 이유는

쉬운 만들기…저마다 생김새 고유한 육고기 제조 '애로'
간식에 적합…포만감 걱정없는 디저트로 생선 '선호'
건강 이미지…붉은 고기보다 흰살 생선이 엄마 맘에 '쏙'
종의 다양성…정육점보다 생선가게 품목많듯 제품화 '용이'
  • 등록 2021-03-09 오전 11:00:15

    수정 2021-03-10 오전 7:30:56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새우깡, 고래밥, 꽃게랑, 빠새….’

물고기가 육고기를 제치고 과자 시장을 평정한 것은 ‘종특’(종족특성)을 유감없이 발휘한 결과이다. 바다와 육지의 생태 환경이 과자 시장에 미친 나비효과를 업계 시각으로 풀었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단순해 만들기 ‘쉽다 쉬워’

9일 업계에 따르면, 과자 작명 과정에서 물고기는 육고기보다 확실하게 우위를 차지한다. 과자 작명의 기본은 제품 모양과 일치하는 것이다. ‘고래밥’이나 ‘오징어집’, ‘꽃게랑’ 등이 이렇게 탄생한 제품이다. 과자와 형태를 비슷하게 하는 과정은 대상의 생김에 따라서 난이도가 갈린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물고기가 육고기보다 쉽다. 유선형 몸체를 기본으로 하는 비교적 단순한 형태는 정교하게 작업하지 않아도 표현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빵류 ‘참붕어빵’(오리온)이나 아이스크림 ‘죠스바’(롯데제과), ‘붕어사만코’(빙그레)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육고기는 저마다의 생김이 고유하고 독특해서 이런 작업을 하기가 여의치 않다고 한다. 물론 ‘베이컨칩’이나 ‘닭다리’, ‘치킨팝’ 등 육고기에서 비롯한 제품도 존재한다. 그러나 돼지나 닭 따위를 정육하거나 정형한 부위를 따른 것이다. 형태만 보면 본연의 모습을 유추하기 어렵다. 아이스크림 ‘돼지바’가 돼지 모양과 전혀 상관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빙그레 관계자는 “과거에 정교한 모양으로 과자를 찍어내는 기술이 지금보다 부족했던 것이 생선 제품화를 선호한 배경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물고기에서 이름을 딴 주요 과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농심 ‘새우깡’, 오리온 ‘고래밥’, 빙그레 ‘꽃게랑’, 농심 ‘오징어집’, 농심 ‘자갈치’, 해태제과 ‘빠새’, 오리온 ‘오징어땅콩’, 농심 ‘알새우칩’.(사진=각사)


디저트로 가볍고 ‘건강 이미지’

재료(맛)를 제품명으로 표현하는 방식에서도 물고기가 낫다. ‘새우깡’과 ‘자갈치’(문어), ‘빠새’(빠삭한 새우칩)는 맛과 이름이 같은 제품이다. ‘오징어땅콩’과 ‘알새우칩’ 따위도 마찬가지다.

이런 작명은 ‘과자는 간식’이라는 공감대를 벗어나지 않는 게 포인트이다. 가볍게 즐기는 과자에서 포만감을 유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고기보다 생선이 낫다는 게 과자회사 측의 공통된 얘기다. 물론 고기 맛을 입힌 과자도 여럿이기는 하다. ‘쟈키쟈키’는 고기 맛을 앞세운 대표 과자인데 제품명만 봐서는 선명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과자회사 관계자는 “생선은 디저트나 반찬이라는 인식이, 고기는 메인 요리나 주식이라는 개념이 강한 편”이라며 “새우깡을 돼지깡으로 팔았으면 팔렸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생선이 육고기보다 건강식이라는 점도 마케팅 포인트이다. 붉은 고기(육고기)는 인체에 해로운 편이고 흰살생선은 유익한 측면이 있다는 인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새우깡은 제품에 DHA를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광고에 활용했다. 등푸른생선에 풍부한 DHA는 뇌 발달에 도움을 주는 영양소로 알려졌다.

크라운해태제과 관계자는 “과자는 소비(아이)와 구매(엄마) 주체가 다른 것이 특징”이라며 “엄마의 선택을 받는 데에는 고기보다 생선이 매력 있다”고 말했다.

육고기에서 비롯한 과자들. 왼쪽 위부터 빙그레 ‘베이컨칩’과 ‘쟈키쟈키’, 농심 ‘닭다리너겟’, 오리온 ‘치킵팝’.(사진=각사)


수많은 종 다양성이 ‘개발욕 자극’

먹는 재미를 추구하는 데에도 물고기가 제격이다. 과자업계 관계자는 “고래밥이나 자갈치는 고래나 문어처럼 잡기 어렵고 비싸서 늘 먹기도 여의찮은 생선을 쉽게 먹을 수 있다는 점에 호소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생선이 육고기보다 종의 다양성을 가진 것도 강점이다. 업계는 정육점과 생선가게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정육점에서 살 수 있는 고기는 소, 돼지, 닭, 오리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에 생선가게 품목은 종류가 이보다 많고 계절과 산지에 따라서 변하기도 한다.

이런 점을 두루 종합하면 과자회사 상품 개발자가 개발 욕을 불태우기에 생선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육고기로 식용이 대중화한 대상은 한정돼 있지만 생선은 무궁무진해서 상품화하는 단계에서도 우선 고려 대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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